[IB토마토]한솔케미칼, 외형 키웠지만…오너 지배력은 '흔들'
반도체·이차전지 소재 수요 확대에 외형·수익성 동반 개선
조동혁 회장 지분 매각에 국민연금 최대주주 등극
GS 향후 우호 세력 여부 관심…후계 구도 '안갯속'
2025-09-09 06:00:00 2025-09-0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5일 11: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석유화학 기업 한솔케미칼(014680)이 상반기에도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며 시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소재 등 주력 사업부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됐다. 이러한 가운데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으로 최대주주 지위가 국민연금으로 넘어가면서, 회사 지배구조와 후계 구도는 한층 복잡해진 모양새다. 실적 호조와 달리 오너의 지배력은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한솔케미칼 전주공장 전경. (사진=한솔케미칼)
 
매출 8.7%·영업이익 30% 이상 증가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솔케미칼 매출은 4315억원으로 전년 동기 3969억원 대비 8.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06억원으로 전년 동기 693억원에서 30% 넘게 늘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은 485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솔케미칼이 주력 제품인 과산화수소가 반도체 파운드리향 수요 회복과 폐배터리 리사이클 등 신규 수요 증가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다”며 “원재료인 LNG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도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한솔케미칼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프리커서(전구체)와 이차전지용 바인더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프리커서는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바인더는 기존 고객사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신규 고객사 확보로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부터 한솔케미칼의 SK하이닉스 M15X향 과산화수소 출하가 본격화되고, 프리커서와 바인더 매출 증가가 이어지면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8% 성장한 164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흐름도 견조하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 938억원으로, 견조한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투자활동과 차입금 상환 등 재무활동을 원활하게 진행했다. 보유 현금및현금성자산은 511억원, 단기금융상품 536억원, 기타금융자산 87억원, 기타유동자산 34억원 등 총 1168억원에 달한다. 단기성부채는 1302억원 규모로 현금 보유액을 소폭 웃돌지만, 꾸준한 현금창출력을 고려하면 상환 부담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 바뀌며 승계 불확실성 확대
 
문제는 지배구조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조동혁 회장이 보유 지분 일부를 GS그룹에 매각하면서 지배력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 조 회장은 지난 7월 한솔케미칼 주식 31만910주(2.72%)를 GS에 장외 매각했다. 거래 금액은 약 550억원으로, 매각 목적은 채무 상환 재원 마련이었다. 이번 매각으로 조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1.65%에서 8.91%로 떨어졌다.
 
조 회장은 앞서 금융권에서 약 195억원을 빌리며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바 있다. 여기에 장녀 조연주 부회장도 보유 주식 6만7000주를 부친의 담보 대출에 제공했고, 증여세 분할 납부를 위해 추가로 주식 일부를 담보로 잡았다. 그동안 취약했던 지배력이 이번 매각으로 더 약해진 셈이다.
 
이로써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변경됐다. 국민연금은 지분 13.34%를 확보하며 오너일가(12.33%)를 앞섰다. GS가 새롭게 지분을 확보했지만 단기간 내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GS가 향후 우호 세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오너 일가에 긍정적인 요소다. 실제로 GS는 과거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 우호지분 역할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부회장의 부담은 커졌다. 조 부회장은 현재 약 16만주(1.42%)를 보유하고 있는데, 사업보고서상 5.57%로 기재된 지분율에는 부친이 부인 명의로 신탁한 주식 47만주의 의결권이 포함돼 있다. 향후 조 회장의 지분을 전부 승계한다 해도 국민연금을 넘어서는 지분율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더구나 GS가 매입한 지분 2.72%를 되사오기 위해서는 매각가 기준 55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조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지만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열사 가운데 조 부회장이 보유한 테이팩스 지분율은 0.02%에 불과하고, 코스코페이퍼 지분율은 45.1%에 달하지만 매출 규모가 18억원 수준에 그쳐 활용도가 낮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이 단순히 채무 상환 목적만이 아니라,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최대주주 지위에서 내려옴으로써 규제 부담을 덜고, 향후 승계 과정에서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3%룰을 비껴가더라도 조 부회장이 향후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을 확대하려면 상당한 재원 마련이 필요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오너 일가의 추가 지분 확보 전망에 관해 한솔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라고 짧게 답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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