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개편을 둘러싸고 정치권 내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당 측은 현행 체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개편을 서두르고 있지만,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추방에 목적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당의 개편안이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방통위법 개정안과 김현 민주당의원의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제정안을 병합한 잠정 합의안을 논의하는 데 그친다는 점도 논란거리입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을 위해 방통위를 공공미디어위원회로 대체하고, 3개 부처로 분산된 콘텐츠 진흥을 미디어콘텐츠부로 일원화하는 법안을 내놨지만 방통위 개편 논의에서는 배제되고 있습니다.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주최한 방송 미디어 통신 거버넌스 개편 공청회에서 방통위 폐지 및 개편을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송 미디어 통신 거버넌스 개편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청회는 최민희 의원의 방통위법 개정안과 김현 의원의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제정안을 병합한 잠정 합의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합의안에는 방통위를 해체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개편하고, 위원 수를 현행 5명에서 상임 3명·비상임 4명 등 7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아온 유료방송 정책은 위원회로 이관하기로 했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진흥·규제 조항은 제외했습니다.
여당 추천 진술인들은 합의제 성격을 강화해 방통위 정상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는 "대통령제 정부 구조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면 합의제 행정기관이 불가피하다"며 "한국 방송 행정이 권위주의적 통제를 거쳐 방통위 체제로 진화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통합된 합의제 기관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냈습니다.
박동주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OTT와 플랫폼 확산 등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통합 미디어 기구가 필요한데, 위원회가 1~2인 체제로 운영되며 사실상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며 "산업 진흥과 언론 공공성, 이용자 권익 보호를 균형 있게 반영할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며 국회의 신속한 결정을 요구했습니다.
시민단체에서는 정치적 독립성과 위원 구성 다양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권의 도구로 전락해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됐다"며 "위원 정수를 7명 이상으로 늘리고 추천 권한을 다양화해 민주적 정당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야당 측에서는 졸속 입법과 규제 확대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강명일 MBC 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안 통과 시 현 위원장 면직이 가능해 임기 보장 취지가 훼손된다"며 "OTT를 제외한 상태에서 새 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2008년 방통위 체제 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거버넌스를 통합해 정책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국민 참여와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공청회에서 논의된 법안 부칙에 기존 방통위원장의 임기 승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법안의 효과는 하나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법에 따라 교체할 수 있다는 것 외엔 긴급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방통위원장 교체 목적으로 서두를 경우 헌법에 위배돼 위헌 결정을 자초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사진=뉴스토마토)
또 다른 논란은 논의 대상이 축소된 점입니다. 이훈기 의원은 공공미디어위원회 설치와 미디어콘텐츠부 신설을 골자로 한 별도 법안을 제출했지만 이번 논의에서는 제외됐습니다. 이 의원 안은 방송 규제를 독립기관인 공공미디어위가 전담하고, 콘텐츠 진흥은 신설 부처가 일원화하는 구조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통위로 분산된 진흥 기능을 모아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개편'에 초점을 둔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방통위 예산은 내년에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방통위는 이날 내년도 정부 예산안으로 총 2373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정부안대로 확정될 경우 3년째 예산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방통위 예산은 지난 2023년 2607억원 편성된 이후 2024년 2503억원으로 4% 감소했고, 올해도 2423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3.19% 줄어들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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