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오르고 탄소 규제까지…K-철강, 막다른 골목
영국도 예외 없어…원자재 표기 강화 전망
CBAM 본격화…고탄소 공정 의존 ‘직격탄’
2025-09-18 14:56:17 2025-09-18 15:48:39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국 철강업계가 전례 없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습니다. 미국은 철강이 포함된 파생상품 범위를 넓혀 관세율을 대폭 올리는 ‘직접 가격 압박’을, EU는 탄소비용을 통한 ‘간접 원가 부담’을 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철강 교역의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압박하며 K-철강의 수출길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모습입니다.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연방관보를 통해 철강·알루미늄을 사용해 만든 파생제품 중 고율 관세(최대 50%) 부과 대상으로 새롭게 포함할 품목에 대한 신청 접수를 개시했습니다. 업계는 오는 29일까지 2주간 신규 품목을 관세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품목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기반합니다. 미국은 2018년 이 조항을 발동해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철강·알루미늄을 사용한 각종 가공·조립 파생제품까지 최대 50% 관세를 적용해왔습니다. 이번 절차는 적용 범위를 한층 넓히려는 조치로 해석됩니다. ‘철강 함유 제품’ 전반에 규제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입니다. 
 
철강을 ‘안보기반산업’으로 간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러 무역 분야 중에서도 ‘철강 관세’만큼은 가장 강경하고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트럼프의 이러한 태도는 영국과의 협상 결렬에서도 드러납니다. 
 
17일(현지시간) 영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정부가 요구해온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0%로 낮추는 협정에 서명하기로 돼 있었지만, 도착 직전 협상이 전격 중단됐습니다. 미국은 영국이 중국·터키 등 저가 철강의 ‘우회 수출 경로’가 될 수 있어 원자재 출처 검증을 강화하지 않으면 협상을 타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는 철강 관세를 ‘경제 논리’가 아닌 ‘국가안보 전략’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정치적 타협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영국은 기존 25% 관세율을 유지하되 50%까지 오르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만 논의 중이며, 미국의 완강한 태도 앞에 물러선 모양새입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이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가 아닌데도 겨냥했다는 것은 철강이 포함된 파생상품에 대한 수입을 아예 차단하려는 의도로까지 해석된다”며 “트럼프는 원산지 규정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제품의 생애주기 정보를 모두 담은 디지털제품여권(DPP)과 맞먹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어 전망이 매우 어둡다”고 짚었습니다. 
 
미국의 압박이 ‘가격’을 매개로 한 규제라면, EU는 ‘탄소’를 앞세운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단계적으로 시행해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 등 고탄소 배출 제품을 수입할 때 제품별 탄소 배출량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과합니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만 적용되지만, 내년부터 당장 실제 탄소비용을 납부해야 합니다. 
 
문제는 한국 철강업계가 EU CBAM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국내 철강 생산은 아직도 고로·전로 중심의 고탄소 배출 공정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일부 기업이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기반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업계 관계자는 “CBAM이 본격 시행되면 톤당 수십 유로의 추가 비용이 붙어 가격경쟁력이 즉시 낮아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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