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실종·월세 상승…임대차 시장 혼란 '가중'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전년 대비 20% 감소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144만원…역대 최대
2025-10-23 15:16:51 2025-10-23 16:16:22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부동산 규제가 시행되면서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월세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실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입니다. 
 
23일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4759건으로 1년 전(3만889건)보다 19.8%가 줄었습니다. 구별로 보면 강동구 전세 매물은 1년 만에 77%가 줄었습니다. 이어 강북구(-61.8%), 광진구(-50.5%), 관악구(-49.7%), 노원구(-43.6%) 순으로 비강남권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6·27 대출 규제 이후 10·15 대책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2년 실거주 의무 부여, 수도권 1주택자의 전세대출의 이자상환분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해 전세 거래는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매물 찾기는 어렵습니다. 2000가구가 넘는 서울 강서구 우장산힐스테이트의 전세 매물은 현재 1건에 불과합니다. 1605가구 규모의 성북구 길음뉴타운4단지 e편한세상과 1200가구 규모의 동아에코빌 역시 전세 매물이 1건입니다. 나온 전세 매물도 기존보다 1억~2억원 높아진 금액입니다. 1000가구에 육박한 마포구 창전삼성(창전래미안)은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습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갭투자가 막히면서 전세 물건 자체가 줄어든 데다 기존 전세에 머무는 세입자가 늘었다"면서 "전세 구하기에 실패하면 월세로 거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전세 품귀에 세입자들 월세로…월셋값 '고공행진'
 
대출 규제로 전세 계약을 유지하거나 갱신하는 세입자들은 증가 추세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9월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3만2838건 가운데 갱신 계약은 1만4585건으로 전체의 44%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30%)과 비교하면 14%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전세 구하기에 실패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옮겨 가면서 월세는 크게 올랐습니다. 앞선 6.27 대출 규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44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월세는 올해 1월 134만원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지난달 기준 서울 자치구에서 6월 대비 월세가 가장 크게 오른 지역은 광진구로 3개월 만에 3.48% 올라 169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송파(3.33%) △강동(3.13%) △영등포구(2.7%) 순이었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월세 지수는 129.7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세 실종으로 강북에서도 고가 월세 계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스페이스본 전용 97㎡는 지난 14일 보증금 1억원, 월세 360만원에 계약됐습니다. 마포구 공덕더샵 전용 84㎡는 이달 보증금 4억원, 월세 300만원에 성북구 돈암동더샵의 전용 84㎡는 보증금 8000만원, 월세 2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특히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입주 절벽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임대 제외)은 2026년 1만7687가구, 2027년 1만113가구, 2028년 8337가구로 전망됩니다. 직전 3년(2023∼2025년) 평균인 2만9172가구에 비해 최소 1만가구 이상 적은 수치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추산하는 서울 적정 입주 물량은 4만6000가구 수준입니다. 
 
여기에 여당이 추진 중인 '최대 9년 전세계약 보장 법안'이 통과되면 신규 매물은 더욱 줄어들 전망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고 임대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최대 9년까지 임차인의 거주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와 정책이 전세 공급을 막으면서 시장이 구조적 불균형에 빠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법으로 묶였던 물량의 재계약 시점이 도래했지만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향후 2~3년간 입주 물량 반토막으로 매물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며 "빌라 사태 이후 아파트 전세 수요 쏠림이 심각한 가운데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 가속화로 전세가격 상승과 월세 급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2법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활용, 6·27 대책의 입주 의무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으로 전세 공급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10.15 대출 규제로 매매시장 급랭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시장이 안정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전세 매물로 인해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특히 국회 계류 중인 임대 기간 최대 9년 연장안이 통과되면 전세 매물 고갈로 구조적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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