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심팩, 모회사 삼키는 역흡수합병…'승계 재원 마련용' 의혹
비상장사 흡수합병하며 오너일가 상장사 지분율 확대
비상장사 지분 처분보다 상장사 지분 처분 쉬워
심팩 PBR도 낮아 증여 시 상속세도 낮출 수 있어
2025-11-07 06:00:00 2025-11-0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5일 16:0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심팩그룹의 사업회사인 심팩(SIMPAC(009160))이 비상장 지주사인 심팩홀딩스를 역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심팩홀딩스는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심팩홀딩스가 심팩 지분 52.38%를 가지고 있어 경영권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승계 작업이 한창인 심팩그룹 오너 일가가 상속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역흡수합병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구조상 최진식 회장이 보유한 심팩홀딩스 지분 33.6%를 아들인 최민찬 심팩홀딩스 전무에게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비상장사 주식을 매각해 상속세를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심팩이 모회사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최 전무가 보유한 심팩홀딩스 지분을 상장사인 심팩 주식으로 전환하고, 이후 최 회장이 증여할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담보 대출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사진=SIMPAC)
 
보기 드문 역 흡수합병 추진
 
5일 업계에 따르면 심팩은 오는 12월12일을 합병기일로 모회사 심팩홀딩스를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심팩홀딩스는 최진식 심팩그룹 회장과 그 직계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회사로 심팩그룹 지주사 역할을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심팩홀딩스가 보유한 심팩 지분율은 52.38%(3427만791주)이다.
 
심팩-심팩홀딩스 합병 건은 모회사가 자회사에 역 흡수합병되는 드문 사례다. 지주사가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갖는 지배구조를 생각했을 때 역 흡수합병은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로 평가된다.
 
이례적인 합병방안을 채택한 배경에는 오너일가의 승계 재원 마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배력 측면에서 봤을 때 심팩그룹은 사실상 승계가 마무리된 상태다. 차기 후계자로 꼽히는 최민찬 심팩홀딩스 전무는 심팩홀딩스 최대주주주로 지분 39.6%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최진식 심팩그룹 회장이 보유한 심팩홀딩스 지분을 최 전무에게 이전하는 것이 다음 과제가 된다. 최 회장은 심팩홀딩스 지분 33.6%(33만6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심팩 지분 328만712주(지분율 5.01%)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자녀에게도 증여돼야 최종적인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다.
 
지분 증여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두 회사의 합병가액으로 산정한 최 회장 심팩홀딩스 지분가치는 511억원, 심팩 지분가치는 146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증여할 경우 증여세는 각각 250억원, 68억원으로 계산된다. 현재 상속 및 증여세법 세율은 3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5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사실상 증여 지분의 절반에 가까운 세 부담이 부과된다.
 
심팩홀딩스는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로 매년 30억원 수준의 배당을 통해 심팩그룹 오너일가의 승계 재원 마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막대한 증여세는 꾸준한 배당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역 흡수합병을 통해 오너일가가 심팩홀딩스 지분을 심팩 지분으로 교환한다면, 향후 지분 승계나 승계 재원 마련이 쉬워질 수 있다. 상장사 지분은 비상장사 지분보다 매각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고, 주가라는 명확한 가치산정 지표가 있어 객관적 가치 평가가 용이하다. 게다가 주가 변동에 따라 증여 시점을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반면 비상장사 지분은 매각 대상자를 물색해야 하고, 정해진 가격이 없어 가격 산정과 명의개서 등 추가 절차가 수반되며, 이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심팩홀딩스의 수익성이 지난해 대폭 높아진 점을 반영하면 심팩홀딩스 지분 증여에 따른 세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먼저 주가가 낮은 시기에 증여가 이뤄진다면 증여 지분의 평가액도 낮아져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실제 기업 오너들은 저평가 시기에 집중적으로 증여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 심팩의 올해 상반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배 수준에 불과해 증여 적기로 평가된다. 이에 지난해 최 회장은 자녀들에게 심팩 지분 일부를 증여한 바 있다. 기업 오너들은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법을 택한다. 다만, 세법상 증여 후 5년 내에 증여 지분 가치가 상승하면 추가 세 부담이 부과될 수 있다.
 
아울러 후계자로 꼽히는 최 전무의 심팩 지분율도 단번에 높아진다. 올해 상반기 기준 최 전무가 보유한 심팩 지분은 0.31%(20만주)에 불과하다. 합병으로 지분 교환이 이뤄지면 최 전무의 지분율은 21% 수준으로 높아진다. 최 회장에 이어 심팩의 2대주주로 발돋움하게 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역 흡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역흡수합병의 효과를 설명했다. 아울러 세무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비상장 지분은 거래 대상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거래를 성사시키기가 어려운 경향이 있다. 따라서 향후 처분 등에 있어 비상장에 비해 시장이 넓은 상장사 지분을 활용할 경우 자금 마련 등이 수월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주 반발은 변수
 
계획대로 합병작업이 완료되면 심팩그룹의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주 반발이 변수로 꼽힌다. 심팩은 지난해에도 심팩홀딩스 흡수합병을 추진한 바 있었지만 주주 반발에 합병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일부 주주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한 주주는 법원에 본 합병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현재 법원은 해당 가처분에 대한 인용여부를 검토 중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등을 통해 지분을 결집하고 있다. 4일 기준 액트를 통해 결집한 심팩 주주 지분율은 0.87%로 파악된다. 1% 이상 지분이 모일 경우 주주대표소송를 통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 변수로 꼽힌다.
 
일부 주주는 합병에 대해 찬성하는 모습이다. 일부는 합병을 통해 심팩홀딩스의 높은 수익성이 심팩으로 이전되면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 보고 있다.
 
또 다른 변수로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있지만 행사가 대거 이뤄질지 의문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심팩 혹은 심팩홀딩스 주주는 심팩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매수청구권 행사로 두 회사가 지급해야 할 자금이 합계 300억원을 초과하면 합병계약은 해제된다. 합병에 반대하는 의사를 수용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주식매수예정가은 1주당 4536원으로 산정됐다. 다만, 합병계약일(10월2일) 이후 심팩 주가가 매수예정가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이익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심팩 측은 <IB토마토>에 “합병에 관한 제반 사항은 법무 조직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합병의 목적은 기업가치 제고 및 경영 효율성 개선에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