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심에 있는 라오스는 오랫동안 은둔의 나라로 불려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개발협력(ODA) 전략이 단순한 지원에서 투자와 금융을 결합한 실질 협력형으로 전환되면서 라오스는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유상차관을 통한 인프라 건설과 무상원조를 통한 인적 역량 강화가 병행되며 한국의 대외협력은 '돕는 것'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으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ODA 자금이 어떤 구조로 라오스의 경제 발전과 연결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편집자 주)
라오스 ODA, 자금 공급 구조를 들여다보다
라오스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약 165억달러 규모의 유엔(UN) 지정 최빈국이다. 2022년 기준 ODA 수입금액은 6억4970만달러로 GDP의 약 4%를 차지하며 높은 원조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2022년 라오스 ODA 공여국 순위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며 7832만달러를 제공해 전체 ODA의 약 12%를 차지했다. 이는 일본·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와 더불어 한국이 라오스의 주요 공여국임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라오스를 중점 협력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난해 확정된 한국의 ODA 규모는 총 1194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교육·보건·인프라·농업·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추진되고 있으며, 특히 차관 비중이 전체 ODA의 약 40%까지 확대되면서 단순한 원조를 넘어 금융적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라오스 정부가 2020년 발표한 'ODA 전략 2030'에서도 △ODA와 국가개발계획 연계 △차관·무상 원조 간 균형 △ODA 관리 체계 강화 △지역·국제 협력 확대를 원칙으로 제시하며 ODA를 경제발전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유상차관 중심 인프라 확충…국가 개발 의지·금융 자원 활용
라오스 공안부 현대식병원 조감도. (사진=보미건설)
라오스 정부 ODA 전략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차관을 통한 대규모 인프라 확충이다. 이는 단순한 외부 지원이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한 금융 자원 활용의 대표적 사례다.
라오스 정부 차관 사업 가운데 대표적인 과제는 국립의과대학병원 건립이다. 총액 1364억원(올해 확정액 182억원) 규모로, 전문 의료 인력 부족과 공공병원 시설 열악 문제를 동시에 개선해 공공 의료서비스 기반을 확충하려는 국가 목표와 닿아 있다. 공안부 현대식 병원 건립 사업(총액 865억원, 확정액 155억원)은 감염병 대응과 경찰·군 의료 체계 보강을 동시에 겨냥한 프로젝트로, 국가 보건과 치안 기능을 함께 강화하는 성격을 지닌다.
비엔티안 메콩강변 종합관리사업(82억원)은 매년 우기철에 반복되는 메콩강 범람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다. 제방을 구축하고 강변을 개발해 도시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관광 인프라까지 갖추려는 목적이 있다. 또한 참파삭 상수도 공급 사업(106억원)은 메콩강 유역임에도 농촌 주민 상당수가 지하수·빗물·우물에 의존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안전한 식수 공급을 통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농업·관광 기반까지 강화한다.
즉, 라오스는 국가 개발 전략에 맞춰 ODA 차관을 일종의 금융 자원처럼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차관 사업은 결국 라오스 정부의 상환 부담을 동반하는 양면성을 갖는다.
무상원조의 제도·인적 역량 강화
반대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부처 중심의 무상원조는 인적 역량과 제도 정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부·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디지털 제작 기반을 지원하며 교원 연수를 확대하고 있다. KOICA는 디지털혁신중소기업학과를 신설하고 직업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심사 청구 체계, 의료기기 관리·운영, 모자보건 체계를 개선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댐 안전관리, 농업 서비스센터 운영, 수자원 관리 역량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러한 무상 지원은 제도 기반과 인적 자원을 강화해 라오스의 장기적 자립을 뒷받침한다.
구조적 과제…공급과 운영 '단절'
문제는 유상차관과 무상원조가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병원을 짓는 사업과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이 별도로 진행될 경우 성과는 반감될 수 있다. 실제로 유상원조인 국립의대병원 건립과 무상원조인 병원 운영·인력 역량 강화는 상호 보완적이지만, 사업 주체별 분절적 추진으로 긴밀한 연계가 부족하다. 개별 사례에서는 협력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제도적 차원에서의 연계 체계는 미비하다.
이러한 분절은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과거 농기계 지원사업에서 라오스 기관 요청에 따라 일본산 농기계를 구매해 지원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한국산 농기계의 애프터서비스(AS)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으나, 차관으로 AS센터를 건립하고 무상으로 운영 인력을 양성했다면 한국산 기계의 지속적 활용이 가능했을 것이다. 병원 건립 사업에서도 현지 기업 대신 중국 업체가 참여했다. 라오스 내 대형 건설사가 부족하다는 이유였지만, 무상원조로 건설 인력을 교육·양성하며 병원 건립을 병행했다면 장기적으로 라오스 건설산업을 키울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제2차 비엔티안 메콩강변 관리 사업. (사진=ACN아시아콘텐츠뉴스)
라오스 ODA가 성과를 내려면 단순 자금 공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가 설계돼야 한다. 차관으로 건립된 인프라가 무상 지원으로 양성된 인력과 제도를 통해 운영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차관을 상환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유상과 무상의 조화, 현지 산업·금융 시스템과의 접목을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오스는 스스로를 '육상연결국(Land-linked Nation)'으로 규정하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건물·시설 공급을 넘어 운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의 ODA는 이러한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으며, 정책금융 경험을 접목해 라오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주명 IBK기업은행 글로벌사업부 과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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