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또는 53%' NDC 끝내 '복수안'…정부가 '딜레마' 자초
산업계 "48%도 어려워"…시민사회 "60% 미만은 위헌"
과정부터 결과까지…탄소 감축 목표, 사회적 합의 '실패'
2025-11-06 18:13:39 2025-11-06 18:27:17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단일 수치 대신 '50∼60%'와 '53∼60%' 2개 안을 내며 사실상 결정을 회피했습니다. '하한'만 달리한 이례적인 방식으로, 산업계와 환경계 요구를 모두 의식한 나머지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한차례 연기 끝에 내놓은 안이지만, 양측 반발만 키웠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범위형 목표에…"하한선이 실제 목표될 것"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최종 후보안 두 가지를 공개했습니다. 최종 2035 NDC는 내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그다음 주 유엔에 제출됩니다. 
 
그간 정부는 △48%(산업계 요구안) △53%(2018~2050년 연평균 선형 경로) △61%(국제사회 권고안) △65%(시민사회 권고안) 등 네 가지 온실가스 감축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53%는 2050년 탄소중립(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전제로, 2018년부터 매년 같은 비율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을 때 2035년에 도달해야 하는 감축률입니다. 
 
기후부는 기존처럼 단일한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감축 폭을 '범위'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상반된 의견 속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범위로 제시했다"며 "최근 유럽연합(EU)도 범위 형태로 설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실제 미국(2005년 대비 61∼66% 감축), 캐나다(2005년 대비 45∼50% 감축), 호주(2005년 대비 62∼70% 감축) 등도 범위로 NDC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가장 강력하고 적극적인 안이 48% 감축이었다"는 산업계 불만과 "실제 감축 수준은 하한선인 50%에 수렴할 것"이라는 환경계 비판이 동시에 터져 나왔습니다. 
 
현준원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NDC를 범위로 설정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제출할 때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지만, 법적 측면에서는 하한이 중요할 뿐 상한은 아무 의미가 없고 착시만 일으킨다"며 상한 설정의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최종 후보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외면한 위헌적 내용"이라고 강력 반발했습니다. 만약 2035 NDC가 '50∼60%'로 정해지게 되면, 정부가 제시해온 선형 경로인 53%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온 상승 1.5도 억제라는 파리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35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60%'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헌재는 지난해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에 부합해야 하고,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넘기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날 공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책임감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겠다고 약속했고, 오늘 2035 NDC는 그 약속의 실현"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에 이어 연단에 올라 "정부 후보안이 대통령이 말한 '책임감 있는 목표'에 부합한다는 김 장관 말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과학적 근거 측면에서 모두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직격했습니다.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부 후보안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견 수렴·정보 공개도 불충분…기후부 리더십 '흔들'
 
'졸속 수립'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이 권고한 제출 기한을 두 달 넘긴 데다, 수립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고 최종 결정까지 남은 기간도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김성환 장관은 "2035 NDC는 올해 2월까지 수립될 예정이었으나 계엄과 내란으로 여력이 없어서 현 정부로 미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새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올해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일정은 2015년 파리협정 체결 당시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고, 기후부 역시 실무 준비를 이어왔습니다. 
 
정부는 8월 중순까지 "9월까지 2035 NDC를 제출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가, 이후 "11월까지 제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고, 지난 9월19일에야 첫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7차례 대국민 토론회 가운데 마지막 '종합토론' 일정은 구체적 계획 없이 연기됐습니다. 결국 부처, 산업계, 환경계 간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출 기한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같은 범위형 제시가 향후 정책 이행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상한과 하한이 최대 10%포인트나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이성조 국회기후변화포럼 사무처장은 "2035 NDC 상한을 60%로 설정할 경우, 당연히 60%를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하게 된다"며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불용 예산이 생기고, 국회 결산 과정에서 지적이 이어질 수 있다. 정부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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