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본격적인 지방선거 모드에 돌입하기도 전에 지역위원장 선거 '컷오프(경선 배제) 논란'으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친이재명(친명)계 인사가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과정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컷오프되면서 정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임기 초 '검찰 개혁'부터 최근 '재판중지법 철회'까지 계속된 대통령실과의 정책 엇박자에 '친명 지우기' 논란이 더해지며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설'이 본격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친명 배제' 지역위원장 선거 논란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내년 6월 지선에서 '컷오프 없는 경선'을 주장해왔습니다. 당대표 선거 때부터 "억울한 컷오프는 없다"고 외쳐온 정 대표는 지난달 25일 제주도당 당원 간담회에서도 "당원들에게 참여를 전면 개방해 억울한 컷오프를 없애겠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치러진 부산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컷오프된 유동철 부산 수영지역위원장은 정 대표를 향해 "이유도 명분도 없이 진행되는 컷오프는 '독재'"라며 "정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하라"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유 위원장은 지난 총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영입 인재이며, 최대 친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의 상임공동대표이기도 합니다. 그는 후보 면접에서 문정복 조직사무부총장의 편파적 진행을 문제 삼으며 부당한 컷오프를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석연치 않은 컷오프에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친명 인사 배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실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역위원장 출마가 유력했던 친명 인사 중 갑자기 후보 등록을 안 한 경우가 있다"며 "당 지도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지역위원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인물들이 모두 정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정 대표의 세력 확장 의도가 보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해 4월4일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 수영구의 한 상점 앞에서 유동철 수영구 후보 지지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 개혁'부터 '재판중지법'까지 마찰
정 대표가 이재명정부 첫 여당 대표로 키를 잡은 이후 '당정 불협화음'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당 지도부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을 내걸었으나 대통령실의 제동으로 이를 철회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 직접 나서 "당의 사법 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주시길 당부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여당의 강경 드라이브에 대통령실이 불편함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정 대표는 당대표 선거부터 "추석 밥상에 검찰청 해체를 올리겠다"며 검찰 개혁 '속도전'을 예고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7월30일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해 "제도 자체를, 그때(추석)까지 얼개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시각차를 보인 바 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여당 강경파 의원들은 검찰 수사권을 가져가는 중대범죄수사청의 관할 부처를 두고 충돌했습니다. 정 장관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수청을 두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으나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했죠. 검찰청 해체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확정되는 시기에는 정 대표와 대통령실이 검찰 개혁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지난 9월 말 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할 때는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가 신문을 장식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다자외교 데뷔 순간이 국내 정쟁에 묻힌 셈입니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에 여러 차례 당정 충돌이 발생하자 여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재판중지법과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정 대표는 '이럴 때 확실하게 해놓는 게 대통령을 위하는 거다'라고 판단해서 밀어붙이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성 지지층에서 이게 호응이 꽤 좋으니까 그러지 않았나 싶다"며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당에서는 받아들이려고 하니까 약간의 그것(엇박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갈등은 무슨 갈등"이라며 '당정 갈등'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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