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1분기 글로벌 경영 행보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초 방중 경제사절단에 참석해 올해 첫 해외 출장의 포문을 연 뒤 미국과 유럽 등을 잇따라 방문하고 다시 중국을 찾는 등 해외 경영 보폭을 넓히는 모습입니다. 올해 초 이 회장이 반도체·배터리 등 주력 사업 협력에 집중한 가운데, 중국에서는 AI(인공지능)·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등 미래 신사업 중심의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지난해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첫번째)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 참석했습니다. CDF는 매년 중국이 세계 주요 재계 인사를 초청, 경제 현안을 논의하며 투자 유치를 모색하는 행사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DF 행사를 찾았습니다. 다른 국내 기업인으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3년 연속 참석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방중 기간 동안 이 회장은 글로벌 주요 기업인들과 네트워크를 다진 뒤 중국의 주요 파트너사들과 회동을 가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포럼 이후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방문해 레이 쥔 샤오미 회장과 전장 사업 협력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자리에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도 동행했습니다. 이후 이 회장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본사를 방문하고 전장 사업 확대를 위한 경영 보폭을 넓혔습니다. 특히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행사 이후 글로벌 CEO들과의 회동을 가졌던 만큼, 이 회장과 시 주석과의 면담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이 회장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초부터 글로벌 경영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 미국, 유럽 등을 오가며 글로벌 거물들을 두루 만나고, 현지 네트워크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4일 대한상의가 꾸린 방중 경제사절단에 동행해 올해 첫 해외 출장의 포문을 연 뒤, 같은 달 28일 ‘이건희 걸렉션’ 갈라 행사 참석차 미국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에서 네번째)가 지난 2023년 5월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의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월 초에는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탈리아를 방문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 등을 만났고, 2월23일에는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차담회를 갖고 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 회장은 3월에는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 사업 협력을 위한 행보에 집중했습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동행한 유럽 출장길에서 이 회장은 독일과 주요국 등을 방문해 벤츠를 비롯해 주요 완성차업체들을 만나 배터리 수주 등의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지난 18일에는 취임 이후 처음 방한한 리사 수 AMD CEO와 승지원에서 만찬 회동을 가진 뒤 AI 반도체와 관련한 협력 관계를 다졌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AMD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 및 파운드리 협력 등의 업무협약(MOU)을 발표하고 양사 간 ‘반도체 동맹’을 강화한 바 있습니다.
이 회장의 이번 방중 기간에는 지난해처럼 AI, 전장 등 신사업의 협력 논의가 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입니다. 팀 쿡 애플 CEO를 비롯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회장,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아몬 퀄컴 CEO 등 IT·자동차 업계 글로벌 거물들이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의 지난해 방중 이후 삼성전기는 BYD로부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방한한 칼레니우스 회장과 삼성-벤츠 ‘전장 동맹’을 강화한 바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8일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와 만찬에 앞서 술잔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오래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회장 입장에서는 여유가 생겼을 것”이라며 “이에 최근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는 차세대 AI 사업의 중심인 반도체 이후 넥스트 스텝으로 배터리·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이차전지, 전장 등 신성장동력 사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맥락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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