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간담회에서 논의된 배당 확대 정책과 세제 개편 방향은 표면적으로는 주주 환원을 지향하고 있으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증시 전반에 미칠 구조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정부는 증시 부양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이 시장의 역동성을 꺾고 자본을 고립시킬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배당을 늘려 주주를 환원한다는 기조 자체는 증시 부양에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배당 증액이 주주의 장기 보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투자자는 배당 기준일에 맞춰 매수한다. 분기 배당하면 그나마 수요가 분산되지만, 장기 보유로 투자 형태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더욱이 배당이 늘어 주가가 상승하면 산술적으로 배당수익률은 점차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배당금을 증액하더라도, 높아진 주가 대비 주주가 체감하는 실질적인 배당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더욱이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배당만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다. 사익 편취와 내부 거래 등 기업집단의 고질적 문제를 덮어둔 채, 일반 주주의 자금을 대주주의 자본력을 유지하는 '받침대'로 활용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주식의 장기 보유를 유도해 국민이 안정적으로 배당 소득을 유지하고, 기업이 주식담보대출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이는 자산이 고정된 부동산과는 다른 주식만의 자금 조달 순기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일반 주주에게 섣불리 장기 보유를 권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사익 편취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가 잔존하는 상황에서 주주의 장기 보유는 자칫 대주주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와 자금 조달을 위한 '밑거름'으로 희생하라는 요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가 스스로 판단해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묶어두는 것은 자본의 선순환이 아닌 종속일 뿐이다.
과도한 배당 중심의 정책은 기업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이익은 미래 성장을 위한 R&D 투자나 시설 확충에 우선 투입되어야 경쟁력이 유지된다. 그러나 주주환원 압박에 못 이겨 과도하게 배당을 늘리면 기업 내부의 자원이 외부로 유출되고, 이는 결국 기업의 성장 잠재력 훼손으로 이어진다. 국내 증시의 배당 성향이 낮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눈을 돌려보면 구글과 애플 등은 배당 수익률이 낮거나 아예 없어도 주주들의 선호를 받는다. 주주환원의 본질이 단순히 현금을 쥐여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성장을 통해 기업 가치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의 주가는 결국 하락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배당 수익을 기대했던 주주에게 오히려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더 큰 손실을 안겨주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다.
대통령이 거론한 '손절 시 거래세 면제'와 '차익 실현 시 양도세 상향' 및 '장기 보유 세제 혜택'은 주식을 장기 보유하도록 유도해 배당 소득 중심의 시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돈이 자산에 묶이는 부동산처럼 유동성 경직을 불러올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에 양도세 중과를 적용했을 때, 기대 수익이 감소해 자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 측면에서는 유효한 수단이지만, 부양이 목적인 증시에는 역효과를 일으킨다. 증시에 양도세 부담을 안겨 기대 수익이 줄면 시장 참여자가 해외 증시로 이탈하고, 어렵게 증시로 유입된 자본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시장은 거래가 활발해야 산다. 공매도가 가격 발견과 유동성 공급이라는 자정 작용을 하듯, 증시는 활발한 거래가 뒷받침될 때 외국인 투자자도 유입된다. 이란 사태 등 대외적 변수로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 투자자들이 평가손실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양도세 즉,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논의를 이어가는 것은 시기상조를 넘어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단순히 투자자를 시장에 가두고 배당을 강요하는 정책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없다. 지배구조 개선 외 주주 환원은 주식의 절대 숫자를 줄여 주당 가치를 물리적으로 높이는 자사주 이익소각이 더 효과적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주가 하락기에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써 시장에 강력한 저점 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이를 소각해 주식의 희소성을 높이고 주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어 거래 활성화를 돕는 촉매제가 되며, 배당소득세 부담 없이 주주 가치를 높인다. 배당 확대 정책도 세제 인센티브와 연결돼 있다. 정부는 세제라는 족쇄로 투자자를 묶어두려 하기보다, 기업이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자사주를 이익소각해 시장의 본질적인 매력을 키우도록 유도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이재영 자본시장정책부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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