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전쟁과 석화)④국내 석유화학, 5월 셧다운 위기…탈나프타 총력전
나프타 끊기면 5월 가동 중단 비상
유동성 위기에 26.8조 정책금융 '긴급처방'
비축유 스와프·수입선 다변화로 수혈
2026-04-15 06:00:00 2026-04-15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4월 10일 15:3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와 맞닥뜨렸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이미 흔들린 상황에서 나프타 가격 급등과 원료 수급 차질까지 겹치며 부담이 한층 커졌다. <IB토마토>는 전쟁이 불러온 원가 압박과 공급망 마비의 실태를 진단하고 이번 위기를 계기로 중동 의존도를 낮출 원료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 재편 방안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단순히 국제 유가가 오르는 수준을 넘어 원료 수급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에너지 안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과거 위기가 비용 문제였다면, 지금 업계에 닥친 위기는 산업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정부와 기업은 나프타 비중 축소와 원료 다변화, 고부가 소재로의 체질 개선, 그리고 대규모 금융 지원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총력전에 나섰다.
 
여수 여천NCC 나프타 가공 설비. (사진=연합뉴스)
 
나프타 확보 못하면 5월 공장 문 닫을 위기
 
10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와 달리 단기계약 비중이 높아 빠른 시일 안에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장 다음 달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부는 5월 물량 확보를 위한 골든타임을 이달로 보고 수급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수입량은 예년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국내 생산분을 합쳐도 평상시의 80~90% 수준에 불과해 5월 이후의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러한 원료 수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추경을 통한 나프타 차액보전 예산을 편성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통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기업들의 물량 확보를 돕고 있다. 특히 특정 국가에 편중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과 UAE, 브라질, 호주 등 17개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작업이 긴박하게 진행 중이다. 또 정유사가 확보한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기 전 정부 비축유를 우선 대여해 주는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통해 공급망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이미 3000만 배럴 이상의 스와프 신청이 몰릴 만큼 현장의 절박함은 극에 달한 상태다.
 
금융당국도 대규모 자금 지원 정책을 꺼내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석유화학 및 정유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정책금융 공급 규모를 기존보다 2조 5000억원 늘린 총 26조 8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중동사태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수출입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와 납품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한 긴급조치다. 민간 금융권 역시 52조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공급하며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를 시행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자금조달 여건이 열악한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자체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을 돕는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차환부담을 대폭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신용보증기금은 기존 10%였던 상환 비율을 5%로 하향조정하고, 가산금리와 후순위 인수비율을 감면해주는 등 실질적인 비용절감 혜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약 17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기업 부채가 원활히 차환될 것으로 보인다.
 
 
범용 버리고 스페셜티로…업계, 포트폴리오 전환 '박차'
 
업계에서도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1위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051910)은 최근 주력 제품 중 하나였던 비스페놀A(BPA) 사업부의 지분 매각과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 중이다. 한때 기업의 수익성을 책임 지던 캐시카우였지만, 중국의 과잉공급과 중동의 저가공세 속에서 '범용 화학'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LG화학의 전략은 나프타 가격에 휘둘리는 범용제품 비중을 줄이고, 친환경소재, 전지소재, 글로벌 신약 등 진입 장벽이 높은 스페셜티(고부가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완전히 재편하는 것이다. 이미 회사는 여수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정부에 사업재편계획서를 제출하며 GS(078930)칼텍스와의 설비 통합을 추진하는 등 고강도 감축방안을 실행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LG화학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S-Oil(010950)의 샤힌 프로젝트처럼 정유와 화학을 통합해 원가를 절감하거나 원료를 나프타에서 LPG나 가스로 다변화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정부 지원책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석유화학 업계가 나프타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해 고부가가치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등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분위기다.
 
대형 석유화학기업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는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이다. 예전에는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가동률을 조정하며 버티는 게 가능했지만, 이제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중동 리스크가 겹치면서 버티기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며 "스페셜티나 친환경 소재 같은 고부가 시장으로 사업구조가 아예 바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