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사모대출 명암)①은행 빈자리 파고든 PEF…직접대출로 진화
은행 LBO 위축…자금 공급 공백으로 확대된 사모대출
"비싸지만 구조 설계 유연"…대형 PEF 중심 시장 확대
2026-04-17 06:00:00 2026-04-17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4월 15일 15:4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로 은행의 기업금융(IB) 기능이 위축되면서, 그 빈자리를 사모대출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고금리 환경과 맞물려 사모대출은 단순한 대체투자 수단을 넘어 하나의 핵심 크레딧 자산군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들어 유동성 미스매치와 환매 제한 등 구조적 리스크도 함께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은행 중심에서 사모대출로 이동하고 있는 자금 흐름의 배경을 짚고, 사모대출 시장의 성장과 함께 나타난 부작용과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불거진 환매 중단 사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은행권이 기업금융에서 한발 물러선 사이 사모대출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 환경 속에서 은행의 대출 여력이 축소되자, 사모펀드(PEF)와 크레딧 전문 운용사들이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가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구글 생성 이미지)
 
위험가중자산 관리 부담에 은행 역할 축소…자금 공백으로 사모대출 '주목'
 
사모대출 확대의 출발점은 은행 역할 축소가 꼽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바젤Ⅲ 규제 도입으로 일제히 국내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인수금융(LBO)이나 중소·중견기업 대출과 같은 고수익·고위험 여신도 적극적으로 취급하며 수익을 확대했지만, 규제 강화 이후에는 자본 부담이 큰 자산을 줄이고 우량 담보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바젤Ⅲ 규제 도입 이후 국내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RWA 관리 강화'를 핵심 경영 목표로 내세웠다. 자본을 쌓는 비용이 대출 이자 수익보다 커지는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 고위험 대출을 포기하고 우량 담보 위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해외 대체투자 손실이 겹치며 기업대출 심사는 한층 보수적으로 바뀌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금융 시장에는 자연스럽게 자금 공급의 공백이 발생했다. 은행이 자본 규제 부담으로 고위험·중위험 여신을 축소하면서, 기존에 은행이 담당하던 LBO와 중견기업 대상 자금 공급 일부가 시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한 직접대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한해 제한적으로 가능했던 대출형 전략이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로까지 확대되며 운용 규제가 사실상 일원화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분 투자 중심이던 사모펀드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메자닌, 금전 대여, 구조화 금융 등 다양한 크레딧 전략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시장 진입 장벽도 크게 낮아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성된 사모대출 펀드 운용자산(AUM)은 2021년 12월 기준 약 170억달러(약 22조원)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69% 증가했고, 3년 만에 3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확대된 사모대출 시장 규모가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운용사별로도 대형 펀드 결성이 잇따랐다.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이후 18억달러 규모 사모대출 펀드를 조성했고,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역시 2020년 12억달러 규모 펀드를 결성하며 시장 확대 흐름에 합류했다.
 
한 PEF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 LBO 시장은 은행이 주도하는 신디케이트론 구조가 일반적이었다면, 은행의 역할 축소와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사모대출이라는 다이렉트 랜딩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최근에는 은행들이 직접 사모대출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하거나, 별도의 크레딧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이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형 PEF, 지분 투자에서 직접 대출까지 확대
 
국내 사모대출 시장 확대의 중심에는 대형 PEF 운용사들이 있다. 과거 PEF는 경영권 인수 중심의 지분 투자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인수금융을 직접 제공하거나, 메자닌·브리지론 투자, 구조화 대출 등으로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IMM크레딧앤솔루션은 2020년 설립 이후 빠르게 시장을 키우며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다. 국내 크레딧 전문 블라인드 펀드 중 최대인 9530억원 규모 1호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하며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주요 기관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운용자산도 설립 5년 만인 지난해 하반기 3조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랜우드크레딧 역시 수천억원 규모 펀드 조성에 나서며 시장 확대에 가세했다. 2024년 상반기 6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고 SK에코플랜트, 실리콘투(257720), 메가존클라우드 등 대기업과 성장 기업에 맞춤형 구조화 금융을 제공하며 사모대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도 2021년 크레딧 부문을 분사해 스틱씨제이크레딧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한앤컴퍼니의 루트로닉 인수금융 과정에서 사모대출 펀드를 활용해 4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구조화에 참여했다. 앞서 1호 블라인드 펀드는 3000억원 규모로 시작해 5000억원 수준에서 클로징했으며, 시장에선 2호 블라인드 펀드가 1조원 이상의 대형 펀드로 조성될 것이란 기대도 뒤따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주요 PEF는 기존 바이아웃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크레딧을 새로운 딜 파이프라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 침체로 투자·회수가 지연되자, 상대적으로 회수 기간이 짧고 구조 설계가 유연한 사모대출로 눈을 돌린 것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를 두고 사모대출은 금리 측면에서는 은행 대비 부담이 크지만, 자금 집행 속도와 구조 설계 유연성은 더 낫다는 평가를 공통적으로 내린다. 소수 투자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딜 클로징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은행과 비교해 재무약정도 상대적으로 완화된 조건으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PEF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모대출은 금리는 높지만 실행 가능성이 높고 구조 협상도 유연하다는 점에서 최근 딜 시장에서 선호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특히 미드마켓 딜에서는 은행보다 사모대출이 먼저 논의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앞으로도 시장 규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