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공판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같은 혐의를 받았던 윤씨 배우자 김건희씨의 1심 재판부는 "윤씨 부부가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직접 의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특검은 관계자들의 통화 녹취와 메시지를 결정적 근거로 제시하며, 김씨의 무죄 논리를 뒤집고 윤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방조, 위증 등 혐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사진=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21일 윤씨와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윤씨는 배우자 김씨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2억7000만여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습니다. 지난 15일 김씨를 마지막으로 증인신문을 마쳤고, 이날은 윤씨 부부와 명씨 사이 통화 녹취록과 메시지 등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특검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씨 부부와 명씨 사이엔 ‘윤씨 맞춤형 여론조사’를 실시·제공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명씨가 김씨에게 “(여권에서) 여론조사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들어갔다”고 하자 김씨가 “남편과 통화가 시급하다”고 했고, 명씨가 윤씨에게 “유선 전화 비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고 한 사실이 메시지로 드러났습니다.
명씨는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선 비율을 15%까지 높였고, 그 결과 다른 여론조사와는 확연히 비교될 정도로 윤씨에게 유리한 수치가 산출됐다는 게 특검 시각입니다. 또 명씨는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인 강혜경씨에게 “윤석열 후보를 (당내 경쟁자인) 홍준표 후보보다 2% 앞서게 하라”는 등 지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한 업체 PNR의 서명원 대표가 “명씨가 유선 비율을 15%까지 높여 여론조사를 실시한 건 특정인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노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처음부터 특정인에게 갖다 줄 용도로 특정인 입맛에 맞는 조사”라고 진술한 사실도 특검은 짚었습니다.
윤씨가 명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독촉한 정황도 있습니다. 명씨는 강씨에게 “매일 윤 후보에게 보고해야 한다”, “윤 총장이 지금 찾는다”, “윤 후보가 궁금해한다” 등의 메시지를 수시로 보냈습니다. 김씨가 명씨와 여론조사 공표 매체 변경을 논의한 정황도 메시지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특검은 “당시 정치신인으로 지지 기반이 약했던 윤씨의 지위를 고려하면 명씨가 관여한 여론조사를 통해 윤씨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유리하게 나왔고, 이는 윤씨에 대한 지지세를 과시해 밴드왜건 효과를 도모한 점에서 윤씨 맞춤형 여론조사를 실시한 그 자체로 윤씨 부부가 이익을 제공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검은 명씨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음에도 여론조사 비용을 모두 부담한 배경으로 윤씨 부부로부터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받았거나 기대할 사정이 있었다고 지목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여론조사 비용을 받아야 했던 서 대표는 수사 과정에서 “명씨가 김씨로부터 받을 돈이 있었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특검은 제시했습니다. 서 대표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서 대표가 명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알려준 사실, 명씨가 김씨에게 보낼 비용 청구서를 강씨에게 만들게 한 일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날 법정에선 “김영선이 좀 해줘라”라는 윤씨의 육성이 또 재생됐습니다. 특검은 육성과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지지율이 10%나 뒤처졌던 김영선 전 의원이 단지 여성 후보라는 이유로 공천된 건 매우 이례적이었음에도 공관위가 그를 후보로 결정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5월12일 결심공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한 뒤 6월 선고를 내릴 방침입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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