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하나투어의 채권 손상율이 위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장기 대여금의 86%가 부실화(대손충당금 설정) 되면서 각종 사업 다각화 투자 실패의 상흔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대규모 충당금 설정은 과거의 부실을 털어내는 '재무적 빅배스(Big Bath)'의 단면으로, 이를 기점으로 한 구조조정이 실적 반등을 끌어낼지 주목됩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2025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99억원으로 전년(600억원) 대비 67% 급감했습니다.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역시 22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실적 급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악성 대여금입니다.
본업에서 발생한 매출채권 자체도 건전성이 떨어집니다. 하나투어의 전체 매출채권 592억원 중 대손충당금은 78억원으로 설정률이 13.1%에 이릅니다. 특히 연체 기간이 1년을 초과한 장기 미수 매출채권 약 66억원에 대해서는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100% 가까이 충당금을 쌓았습니다.
하나투어의 비유동대여금(장기대여금)도 원금 82억2000만원 중 대손충당금 설정액이 71억원에 달합니다. 손실 설정률이 무려 86.3%입니다. 이 충당금 71억원은 종속기업 및 관계 기업에 빌려준 돈에서 발생했습니다. 과거 자회사와 관계사에 내준 자금이 사실상 떼인 셈입니다.
한때 외형 확장을 위해 벌였던 비주력 계열사들이 부실화된 게 주된 배경입니다. 에스엠면세점은 2026년 1월15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아 퇴출 수순을 밟았습니다. 대부업 진출을 알렸던 하나여행대부는 18억8000만원만 회수한 채 청산을 완료했고, 테마파크 사업을 영위하던 신라애니멀그룹 지분 역시 기업회생 신청 후 손상 처리 및 처분됐습니다.
회복이 지연되는 국내외 한계 종속법인에 대한 손상차손도 대거 반영됐습니다. 하나투어제주(5억8000만원), 홍콩 법인(8억2000만원), 태국 관계사(1억9800만원)의 기업가치가 깎여나갔습니다.
테마파크 사업 확장을 위해 맺었던 관계사 우발채무도 현실화 됐습니다. 하나투어는 관계사 '꿈'과 2020년부터 10년간 '최소 입장 고객 보장 약정'을 맺었습니다. 미달 고객 수만큼 자금을 대여(보충)해 줘야 하는 이 독소 조항 탓에, 전년 1억2000만원에 불과했던 기타충당부채는 당기 190억원으로 158배 폭증했습니다. 약정 관련 충당부채 계상액만 187억원으로, 당기순이익 급감을 주도했습니다.
대규모 충당금은 과거 창업주 체제의 확장 기조와 이를 수습하려는 현 사모펀드(PEF) 체제의 엑시트(Exit) 전략이 교차하는 대목입니다. 박상환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은 종합 관광그룹을 표방하며 면세점, 금융, 테마파크 등으로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주도했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자금난에 빠지며 2020년 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 경영권을 넘겼습니다. IMM PE는 지분 동반 매각을 앞두고 기업가치 훼손의 뇌관을 없애고자 창업주의 '실패한 유산'을 장부상 털어내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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