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 ‘신수익 방정식’…‘마진’ 넘은 ‘구독’
(’카볼루션’ 시대)③차량 판매 후에도 수익 창출
신비즈니스 모델, 매출 30% 확대…차량도 구독
2026-06-10 14:53:35 2026-06-10 15:02:16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자동차 산업의 수익 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한 번 팔면 끝이던 차량이 매달 수익을 창출하는 구독 기반 플랫폼으로 탈바꿈하면서, 완성차업체들은 하드웨어 마진 중심의 전통적 수익 모델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축으로 한 새로운 방정식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한국에서 판매해 왔던 FSD.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는 공유 모빌리티, 커넥티드 서비스, 기능 업그레이드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2030년 자동차 산업의 전체 매출을 최대 30%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른바 ‘신수익 방정식’이 완성차업계 전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판매하면 ‘끝'이던 산업 한계
 
전통적인 완성차 비즈니스는 차량이 대리점에서 소비자에게 인도되는 순간 수익 창출이 마무리되는 구조였습니다. 이후 발생하는 매출은 소모품 교체나 애프터서비스(AS) 등 제한적인 영역에 머물렀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하드웨어 중심 판매 모델의 특성상 신차 한 대를 팔아 남기는 마진율은 통상 5~10% 안팎에 불과합니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원자재 비용, 물류·유통 비용이 수익을 잠식하는 구조에서, 완성차업체들은 판매량을 늘리는 것 외에는 수익성을 개선할 뚜렷한 수단이 없었습니다.
 
이 공식을 처음 깨뜨린 것은 테슬라였습니다. 테슬라는 차량의 두뇌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무선 업데이트(OTA·Over-the-Air) 방식으로 지속 고도화하며, 차량 구매 이후에도 반복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새로운 모델을 업계에 제시했습니다. 테슬라는 올해 2월부터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일시불 구매 옵션을 폐지하고, 월 99달러의 구독료를 지불 모델로 전환하며 구독 수익 극대화 전략을 본격화했습니다. 하드웨어는 한 번만 팔고 소프트웨어로 계속 수익을 거두는 구조입니다.
 
완성차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익성 구조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하드웨어 판매 마진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한 번 개발한 코드를 수백만 대의 차량에 추가 원가 없이 반복 배포할 수 있습니다. 차를 더 많이 팔아야만 수익이 느는 기존 구조와 달리, 이미 판매된 차량들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바뀌는 것입니다.
 
테슬라 FSD 주행 모습. (사진=테슬라 유튜브 캡처)
 
소프트웨어가 새 성장 엔진
 
맥킨지앤컴퍼니는 2030년까지 차량 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2019년 310억달러에서 800억달러 규모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역시 글로벌 SDV 시장이 2023년 270억달러에서 2034년 70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독립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가 차량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그 자체가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지도 업데이트, 주행 성능 향상 패키지, 자율주행 기능 활성화 등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구입하는 ‘차량용 앱스토어’ 모델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완성차업체들에게 소프트웨어 역량은 더 이상 기술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수익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됐습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체 운영체제 ‘MB.OS’를 기반으로 차량을 하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며 테슬라를 추격 중입니다.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300만대 이상의 기존 차량에 유료 기능을 무선 업데이트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신차를 팔지 않고도 수익을 확장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200만건 이상의 무선 업데이트가 이뤄졌으며, MBUX사용자는 메르세데스 스토어에서 추가 서비스와 옵션을 직접 구독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도 커넥티드카 서비스와 OTA 기반 소프트웨어 수익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OTA를 탑재하고, 차량 판매 이후에도 고객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독형(FoD·Feature on Demand)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또한 SDV 플랫폼 공용화를 통해 제조 원가를 2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가 제공하는 커넥티드 카 서비스 앱에서 실행 중인 '스트리밍 플러스'. (사진=현대차)
 
SW 너머 차량도 ‘구독’으로
 
소프트웨어 구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차량 자체를 월정액으로 이용하는 ‘차량 구독 서비스’도 신수익 방정식의 또 다른 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보험·정비·세금을 모두 포함한 월정액 요금으로 원하는 차량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유의 번거로움 없이 차량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차량을 팔지 않고도 장기적인 반복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판매 구조를 보완하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현대 셀렉션’, 기아의 ‘기아 플렉스’, 볼보의 ‘케어 바이 볼보’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차량 구독은 아직 안착 단계입니다. 자동차 소유 문화가 강한 시장에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선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흐름은 자동차 소비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새 차를 구입하지 않아도 기존 차량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기능을 갖추게 되고, 소비자는 필요한 기능을 선택해 구독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운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차량 인도 이후에도 고객과의 관계가 끊기지 않고 지속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의 경쟁력은 결국 차량 내 경험의 질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LG경영연구원은 ‘생성형 AI가 자동차를 탈 때’ 보고서에서 “생성형 AI는 자율주행 경험을 고도화하고 운전 편의성을 향상시키며 차량 관리 및 엔터테인먼트를 최적화할 수 있다”며 “AI 기술의 빠른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생성형 AI를 자동차 특성에 맞게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통합적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현대차 셀렉션 광고. (사진=현대차)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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