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도 윤 파면·기각 시나리오 대비
2025-03-28 13:37:49 2025-03-28 18:00:49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재희 기자]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외국계 은행들이 파면 또는 기각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에 분주합니다. 탄핵 기각·각하로 대통령 직무에 복귀할 경우 '2차 계엄령'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파면이 되더라도 조기 대선 국면으로 국정 공백 장기화를 대비해야 합니다. 
 
해외 본사, 국내 정세 보고 요구 강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 통로로 활용되는 외국계 은행 지점(외은 지점)에서는 최근 해외 본사로부터 한국 정세와 시장 동향, 국내 당국 발표 등에 대한 실시간 상황 보고 요구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외은 지점의 본사 보고 체계가 강화된 만큼 감독당국과의 교류 횟수를 넓히고 있다"며 "외은 지점의 전반적인 상황이나 현재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듣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진출한 외은 지점은 JP모건과 HSBC, 중국은행, 미쓰비시도쿄, 미즈호, 도이치 등 총 32개입니다. 외은 지점들은 해외 본사에 상황 보고를 실시해 본사가 한국 시장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한국 시장의 일부로서 거시경제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글로벌 관점에서 위험을 관리하며 본국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금융당국은 탄핵 심판이 지연되면서 외은 지점의 시장 동향 파악 등 모니터링이 강화됐다고 전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직후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이 금융시장 안정이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 해외투자자들에게 안심 신호를 보냈습니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 결정(한국은행), 50조원 규모의 증시 안정 대책(금융위원회) 등을 내놨습니다. 금감원은 외은 지점과 간담회를 갖고 금융시장 안정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이 같은 메시지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확산됐고 비상계엄과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등을 거치며 치솟았던 한국 CDS 프리미엄은 현재 계엄 이전 수준보다도 낮아졌습니다. CDS 프리미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해당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당시 해외 금융사들도 "비당파적이고 유능한 경제팀 덕분에 한국 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트럼프발 관세정책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와 원달러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된 모습. (사진=뉴시스)
 
"탄핵 기각 시 2차 계엄 우려"
 
그러나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윤석열 탄핵 사건의 변론 절차를 종결했지만 선고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탄핵심판 선고가 4월로 넘어간 가운데 탄핵심판 기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은 탄핵 기각·각하를 위한 여론전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탄핵심판 결과과 대통령 직무 복귀를 의미하는 기각이나 각하로 나올 경우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2차 계엄 가능성 등을 위기 시나리오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정치적 리스크가 유지되는 현 상황에서 외은 지점들은 자금 운용과 유동성 관리에 있어서 보수적인 기조를 취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탄핵 기각이나 각하가 현실화할 경우 해외 금융사의 단기적인 자금 회수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계엄 직후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가속하며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자 이탈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통상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은 국내에 있는 외은 지점을 통해 이뤄집니다.
 
탄핵 심판 지연에 따른 정국 불안은 원화 가치를 더욱 짓누르고 있습니다. 최근 원달러환율 상승은 트럼프 관세정책 등 달러 강세에서 촉발된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최근 달러화가 트럼프 취임 전 수준으로 하락한 반면, 원달러환율은 여전히 1450원을 상회하는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한 외은 지점 관계자는 "일부 해외 금융사 본사에서는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에 '한국의 정치적 혼란 장기화' 변수를 추가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신중한 접근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단기적으로 자금을 뺄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면서 "고객들의 달러 수요 증가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본사를 통한 자금조달 라인을 재점검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달러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이후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율 방향성도 예측하기 힘들다"며 "해외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험으로 느끼고 투자 결정에 고민이 싶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월21일 열린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통역기를 확인하고 있다. 왼쪽은 도로테 레가조니 비앤피파리바은행 대표.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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