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000660)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 인공지능
(AI) 시대 고대역폭메모리
(HBM) 수요 급증에 따라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주가가 치솟는 등 괄목할 만한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 특히
SK하이닉스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저평가를 받아왔는데
, 시가총액
200조원을 돌파하는 등 확고한
HBM 주도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 해소의 선봉에 서는 모습입니다
. 아울러
2분기 매출
20조원 돌파와
9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돼
‘국내 기업 영업이익
1위
’ 왕좌를
3개 분기 연속 차지할 가능성도 커지면서 재계 판도도 뒤집고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 24일 종가 기준 시총은 202조7487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전날에는 208조2087억원, 이날 장중 2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반도체 업황 회복과 견조한 AI 투자 수요에 대한 기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혀왔습니다. 글로벌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비교해 경쟁력이 뛰어남에도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마이크론의 시총을 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HBM 주도권을 바탕으로 업황 회복 기대감이 깔리면서 시총 200조원 돌파와 동시에 마이크론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습니다. 25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의 종가 기준 시총은 1422억달러(약 193조원)로 집계됐습니다.
SK하이닉스의 이러한 성장세는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후 AI 메모리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에 성공하면서 기업 가치 성장세에도 속도가 붙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시장에 선보인 이후 꾸준히 세계 최고 수준의 신제품을 개발해 양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했고, 이듬해 4월에는 기존 HBM3 8단 대비 용량을 50% 높인 12단 적층 HBM3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내부 임직원의 치열한 토론과 원팀 문화가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후문도 더해집니다.
마이크론 HBM3E 12단 (사진=마이크론)
마이크론 ‘호실적’에 따른 기대감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HBM을 앞세워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를 바라보는 눈도 기대감에 차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이날 2025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발표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7% 증가한 93억달러(약 12조6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 가량 늘어난 71억달러(약 9조640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영업이익은 24억9000만달러(약 3조3800억원)로 같은 기간 164.6% 급증했습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다른 메모리 업체보다 실적을 한달 빨리 발표하는 특성상 ‘반도체 실적 풍향계’로 불립니다. 마이크론이 특히 HMB을 앞세워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자 1위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2.5%로 절반을 넘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마이크론의 호실적은 전체적으로 AI 반도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범용 메모리 가격도 유지가 되고 있고 HBM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기에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예전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전시된 HBM에 사인을 남겼다.
또 엔비디아가 AI 및 로봇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세계 시총 1위 자리에 오른 점도 SK하이닉스에는 긍정적입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최신 HBM인 HBM3E를 공급 중인데 이미 올해 물량을 ‘완판’한 상태입니다. 차세대 HBM4 역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난 3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했고,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고점을 돌파했고 시장의 관심은 추가 상승 가능성에 집중될 것”이라며 “한 번 잡은 AI 제품 리더십은 쉽게 꺾이기 어렵고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주요 거래선과의 협업도 강화돼 HBM4에서도 선도적 점유율의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분기 또다시 역대급 실적 전망
증권가에서도 SK하이닉스가 막강한 HBM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는 매출 20조2995억원, 영업이익 8조796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만일 SK하이닉스가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면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기록하게 되는 셈입니다. 기존 SK하이닉스의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은 지난해 4분기(매출 19조7670억원, 영업이익 8조828억원) 였습니다. 올해 1분기도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을 달성해 역대 두번째 높은 성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에는 지난해 4분기부터 국내 기업 1위 자리를 차지한 바 있는데, 2분기 마저 역대 최대 실적을 쓰면 3개 분기 연속 ‘1위’ 타이틀을 지키게 됩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76조7968억원, 영업이익 6조8238억원으로 예상되는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경우 2조원 초반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됩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S부문 이익이 범용 D램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1분기 1조1000억원에서 2분기 2조2000억원으로 개선되겠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부정적 효과와 파운드리 적자 등 악재로 이익 개선이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만약 SK하이닉스의 성과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납품이 계속 지연되면 재계 판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27조13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7조352억원으로 집계된 삼성그룹을 근소하게 앞선 1위에 올랐습니다.
오일선 CXO 연구소장은 ”최근 2년 연속으로 삼성은 그룹 영업이익 규모에서 1위 자리를 놓쳤다”며 “올해는 삼성이 그룹 영업이익 1위를 재탈환할 것인지 아니면 SK그룹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에 힘입어 2년 연속 1위를 지켜낼 것인지가 관심사”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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