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체계 개편…물 흐리는 한은
한은도 검사권 요구…금융권 "시어머니만 셋"
2025-07-15 15:05:09 2025-07-15 16:38:36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현 정부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은행까지 검사권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감독권이나 제재 권한을 한국은행에까지 주면 시어머니만 셋이 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거시건전성 관리 정책 수단과 비은행 등 금융권 단독 검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강력해야 하는데 이걸 정부만 하면 안 된다"며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논의하고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은 최근 국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한은의 거시경제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안정 정책 체계 개편안을 전달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담보인정비율(LTV), 경기대응완충자본, 유동성커버리지비율 등 결정 권한에 한은이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과 비은행 금융기관 자료 제출 요구 및 감독권 등의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은의 이 같은 요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갖던 은행감독권을 다시 달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당초 한은은 설립 후 은행감독부로 출발해 1961년 은행감독원으로 격상된 조직입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해 금융감독 체계가 개편되면서 감독 기능이 사라졌습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가 강력하고 독립적인 통합감독기구 설립을 권고했고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와 금감원이 설립되며 금융기관 감독 권한을 금감원에 몰아줬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은의 역할은 통화정책과 물가 안정, 금융시장 안정에 주력하는 게 맞다고 지적합니다. 한은의 고유한 권한인 거시건전성 정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될 수 있고, 권한을 준다 하더라도 금융감독 기능의 독립성이 오히려 떨어지고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엔 체계적인 금융감독기구 역할이 없었고 대부분 은행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현재 한은의 역할인 통화정책도 잘 못하고 있는데 본업도 못하면서 권한을 늘려달라 하면 자연스레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오랫동안 한은이 금융기관 감독을 하지 않았던 만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감독은 정책과는 다른 실무적 감각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독립 감독 기구와의 긴밀한 협조체계 없이는 책임 불명확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특히 한은의 권한을 확대하게 되면 금융위나 금감원의 반발은 물론이고 기관 간 힘겨루기가 길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개편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은행권에서도 감독 권한을 가진 기관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금감원에서 한은이 요구한 은행 감독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감독기관이 추가로 생기는 것이라 눈치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감독 체계가 이뤄질 수 있을지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당초 감독 기능이 없던 한은이 여기에 끼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뿐만 아니라 한국은행까지 검사권을 달라며 나섰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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