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스커버리 도입안, 이달의 좋은법…"기술창업 활성화 기대"
송재봉 의원, 중소기업 보호 '기술 탈취 방지 3법' 발의
특허 보유 중기 10% 기술 탈취 경험…승소해도 피해 보상 어려워
"기술 탈취 막아야 창업 생태계 활성화"
2025-09-05 15:36:37 2025-09-05 16:05:37
 
[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중소·벤처·스타트업의 애로 사항인 기술 탈취를 방지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기술 탈취 방지 3법'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일명 'K-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안인데요. 이 기술 탈취 방지 3법이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의 '이달의 좋은법'으로 선정됐습니다.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는 기술 탈취 방지 3법을 대표발의한 송재봉 민주당 의원이 출연했습니다. 송 의원은 법안에 대해 "기술 탈취로 고통받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실질적인 법적 대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발의했다"며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재봉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디스커버리 제도는 민사소송 과정에서 기술 탈취 피해를 입은 기업의 증거 확보 실효성을 높이는 제도로, 영미법 체계에서 재판 전에 당사자들이 소송과 관련된 서류 및 증거를 서로 공개하는 제도인데요. 기술 탈취 방지 3법은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는 취지로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등 세 가지 법률을 개정하도록 했습니다. 
 
핵심은 증거 수집과 보전, 그리고 소송 절차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안은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침해 의심 현장을 조사하고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전문가 사실조사 제도와 소송 전후로 핵심 증거를 은폐하거나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는 △자료보전 명령제도 △당사자에 의한 신문 및 증언 녹취제도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송 의원은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기술 침해 시도가 줄어 기술 자료를 제공할 때도 신뢰를 가지고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기술 침해 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이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술 탈취 소송 승소율 적어…승소시 피해 구제도 미미
 
실제 우리나라 중소기업 10곳 중 1곳은 기술 탈취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지나간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 2023년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특허 보유 중소기업의 10.7%는 기술 탈취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이 중 43.8%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기술 탈취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78.6%로 가장 많았습니다. 
 
법적 구제 수단의 실효성이 낮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 기술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술침해 민사소송은 1심 판결까지 평균 1년 이상이 소요됐으나 승소율은 32.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승소하더라도 청구한 손해액 대비 실제 인정되는 금액은 평균 17.5%에 불과해 기술 탈취를 당한 중소기업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겁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곰표 밀맥주'가 기술 탈취 사례로 거론됐습니다. 2011년 출범한 세븐브로이는 2020년 대한제분(001130)과 함께 곰표 밀맥주를 내놓았는데요. 이후 3년이 지나 대한제분은 상표 사용 계약 종료를 통보하고 제조사를 제주맥주로 변경했습니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을 상대로 레시피 유출 등 기술 탈취를 이유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소송을 포기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송 의원은 "대기업의 나쁜 관행 중 하나가 특허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에 기술 자료를 요구한 뒤 다른 납품업체에 맡겨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게 해 납품단가를 떨어뜨린다"면서 "결과적으로 대기업이 이익을 얻고,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은 손해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기술 탈취를 제도적으로 방지하지 않으면 이 같은 중소기업의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송재봉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 "기술 탈취 방지해야"
 
K-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해선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 방지를 통한 대·중소기업 간 힘의 균형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밖에도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와 피해 기업의 법률 자문, 소송 지원, 경영안정자금 등으로 활용 가능한 불공정거래 피해구제기금 조성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 실효성 강화와 기술보호 선도기업 육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업 영업비밀 침해 우려가 있다는 건데요. 지난 6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지식재산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40개사 중 68%가 K-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송 의원은 "법안에 비밀 유지 의무와 비밀 누설 시 강한 처벌 등을 포함했고,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된 해외 사례를 보면 유의미하게 소송 건수가 늘어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몇십 배 더 크고, 디스커버리 제도를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피해가 더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기술 탈취 시도조차 안 할 수 있어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기술 기반 창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은 "사면초가에 놓인 한국 경제를 퀀텀 점프로 이끌기 위해선 대한민국이 창업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며 "기술 탈취 방지 3법은 대한민국 중·벤·스의 법적 분쟁의 구제 방안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 기반 기업들을 보호하는 방패막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습니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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