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국민연금, 사모펀드 출자 연기…GP 계약조건 '칼질' 예고
LP 권한 지나치게 강화될 수도
"대체투자에도 ESG 책임 물을 것"
2025-10-17 06:00:00 2025-10-1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5일 17:1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민연금이 향후 사모펀드(PEF)에 대한 출자 계약과 관련해 사전 보고와 정보 접근권을 강화하고 책임투자 원칙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사모펀드(PEF) 출자 사업을 무기한 연기한 가운데 위탁운용사(GP)와의 최종 출자 계약과 관련한 내용을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올해 초 MBK파트너스의 6호 블라인드 펀드에 3000억원 출자를 확정하면서 '적대적 M&A 전략에는 출자금 투입 금지'를 조건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은 당시 함께 운용사로 선정한 JKL파트너스·프랙시스캐피탈·프리미어파트너스에도 같은 내용의 정관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사전 보고·정보 접근권 취약…표준 LPA 도입 가능성
 
관련 업계에선 LP와 GP 간 합자투자계약서(LPA) 등 계약 조건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이 뒤따를 가능성에 주목한다. 특히 GP의 사전 보고에 대한 의무와 LP의 정보 접근권이 강화될 시 LP 권한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는 만큼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통상 LPA에는 GP의 보수 산정 방식뿐만 아니라 각종 제한조항을 두고 있다. GP가 과도한 위험을 안고 투자할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계약을 통한 통제에 나서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투자 제한조항으로는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 한도, 펀드의 투자 목적과 맞지 않는 유형의 투자 금지, 동일 GP가 운용하고 있는 펀드 내 부실화된 포트폴리오 기업에의 투자 금지 등이다.
 
다만 원칙적으로는 LP가 투자자로서 PEF의 업무집행에 관여하지 않는 ‘경영 불개입 원칙’ 구조로 짜여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LP는 GP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PEF 재산인 주식 또는 지분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고, 이는 선진국에서도 적용되는 일반론이다. 미국에서도 LP와 GP가 따르는 기본 뼈대 성격의 ULPA에도 원칙적으로는 LP의 경영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 불개입 원칙하에 LP의 정보 접근권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ULPA 304조에 따르면 LP는 정당한 목적 하에 서면 요구를 통해 파트너십 활동, 재무 상태 및 기타 사정에 대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으며, 파트너십은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통상 10일 이내에 응답해야 한다.
 
사전 보고 의무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재무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 발생 시 LP에 보고해야 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델라웨어 주의 경우, ULPA 304조를 근간으로 제정된 주법전(제6편 제17장)에 따르면 LP의 정보열람권을 명문화하고 있으며 5일 이내로 GP가 답변하지 않을 시 법원에 정보공개 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국내 자본시장법은 GP가 정기적으로 펀드 운용현황·성과·보수 등을 보고해야 하는 수준에 그친다. 
 
대체투자 관리 부재, PEF 책임투자 원칙 적용은?
 
국민연금이 이른바 홈플러스 사태로 타격을 입은 것은 2015년 MBK가 홈플러스 경영권을 최초 인수할 당시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약 6000억원을 투자했다는 내용 때문이다. RCPS 투자한 금액의 상당 부분이 회수가 불투명한 손실로 이어졌고, 대체투자에 대한 관리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MBK 측은 해당 내용을 LP인 국민연금 측에 별도로 알릴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이지만,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점과 신용평가사들이 줄줄이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렸다는 점, 나아가 사회적인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LP 입장에서 충분히 보고받아야 할 내용이었다는 지적이다.
 
해당 내용은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모펀드와 같은 대체투자에 대해서도 '책임투자'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는 주식·채권 위탁운용사에만 적용돼 왔지만, 앞으로는 사모펀드 등 비상장 투자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책임투자 원칙은 국회 차원의 입법 과정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사항 중 하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용 범위를 상장주식에 한정하지 않고 PEF 투자 영역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막대한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책임투자 원칙을 강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율적 도입에 기반해 상장사 지분 투자 중심으로 활용됐으나, 앞으로는 사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PEF가 차입매수(LBO)나 자산 매각, 고배당 등을 결정할 경우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며, 해당 행위를 제한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는 권한도 부여된다. 이 외에도 위탁운용사(GP)가 허위 보고를 하거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모펀드를 해산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마련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ESG 책임투자 원칙을 대체투자에 대해서도 적용할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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