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강호동 농협 회장 금품수수 의혹 추궁한다
2025-10-17 06:00:00 2025-10-17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유영진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가 국정감사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금품 수수 의혹을 집중 추궁할 예정입니다. 강 회장 당선이 유력시되던 때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수사당국의 강제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금품 수수 의혹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불법 선거운동, 중앙회장의 인사 전횡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농협 국감 벼르는 농해수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농해수위는 오는 24일로 농협중앙회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강 회장도 이날 기관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인데요. 이번 국감에선 강 회장의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한 강도 높은 질의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앞서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15일 강 회장이 금품을 수수한 혐의와 관련해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 있는 강 회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치른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한 달 앞둔 2023년 12월, 농협 유통 관련 업체 대표로부터 500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농해수위 소속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강 회장의 집무실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을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국감에서 당사자(강호동 회장)의 입장이나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의원 측에서는 이번 혐의과 관련해 과거부터 제기돼온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당 임미애 의원은 "금품수수 혐의 관련 내용을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며, 국감에서도 질의할 예정"이라며 "이번 혐의뿐만 아니라 농협은 이 같은 비리가 굉장히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아왔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강 회장 압수수색 관련)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사안이 가볍지 않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며 "농협에서도 수사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결과가 빠르게 나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 회장은 지난 1987년 경남 합천 율곡농협에 입사한 후 입사 10년 만인 1997년 율곡농협 상무로 승진했고 2006년 율곡농협 조합장에 당선됐습니다. 강 회장은 2020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낙선했지만, 2024년 재도전 끝에 당선됐습니다. 
 
경찰은 지난 7월 강 회장의 금품 수수 의혹 관련 참고인 진술 등을 확보했으며, 압수수색을 통해 물증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 회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인사, 입찰 등 보고·결재 과정에서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강 회장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호동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당선이 유력시되던 때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수사당국의 강제수사가 시작됐다. 사진은 강 회장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제왕적 권력' 폐단 도마 위
 
농협중앙회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강 회장이 수사선상에 오르며 역대 농협중앙회장의 수난사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정부 임명직이던 농협중앙회장을 선거로 뽑기 시작한 1988년 이후 농협 회장 6명 중 4명이 비리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민선 1대 한호선·2대 원철희 전 회장은 수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다음 회장인 정대근 전 회장도 뇌물 수수 혐의로 임기 중 구속됐습니다. 5대 김병원 전 회장은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고,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농협중앙회장은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입니다. 4년 단임제에 비상근직이지만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면서 인사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농민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올 상반기 기준 농협 조합원은 약 211만명에 달합니다. 
 
강 회장 체제 하에서도 농협중앙회는 불법 선거운동, 중앙회장의 인사권 남용 및 보은성 인사 문제 등 여러 잡음에 시달렸습니다. 취임 직후 강 회장은 농협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자신의 측근으로 전폭 교체하면서 비판 받았습니다. 
 
농협 지배구조의 경우 매년 국감의 단골 지적 사항이기도 합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2년 3월 신경 분리(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의 분리)를 하며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로 나뉘었습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두 개의 지주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함으로써 여전히 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신경 분리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 사업 부문이 여전히 중앙회 그늘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농협 개혁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도 국회 발의돼 있습니다. 농협중앙회장의 막강한 권력을 분산하고 비상임조합장의 제왕적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입니다. 
 
농해수위 소속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강 회장 취임 이후 보은성 인사 등 잡음이 나오고 있고, 관련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며 "인사 전횡이 있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며, 강 회장의 금품 수수 의혹도 사실 확인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임미애 의원은 "강 회장은 취임 이후에도 셀프 연임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장기 집권의 폐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국정감사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금품 수수 의혹을 집중 추구할 예정이다. 어기구 농해수위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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