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신한투자증권, 1300억 손실 1년…내부통제 개편 '반쪽짜리'
LP운용 손실 1년 맞아 중장기 내부통제 프로그램 발표
사건 이후 계속되는 내부통제 실패, 해외 사업에도 영향
금융거래 특수성 이해 기반 내부통제 프로그램 필요
2025-10-17 06:00:00 2025-10-1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5일 17:4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 규모 유동성공급자(LP) 손실사태가 발생한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신한투자증권은 상품 판매 프로세스와 성과급 제도 개편이 포함된 중장기 내부통제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사업별 구체적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LP 사태 1년 뒤에야 나온 내부통제 프로그램 
 
신한투자증권이 지난해 10월13일 발생한 LP운용 손실사태 이후 1년 만에 '스캔들 Zero 2.0'라는 내부통제 프로그램 추진현황을 밝혔다.
 
(사진=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LP운용 손실사태는 지난해 8월2일과 10일 사이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LP로서 자금 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이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약 1300억원의 손실을 낸 사건이다.
 
해당 사태는 신한투자증권 내부 감사를 통해 2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됐고 금융감독원 현장 조사가 이뤄졌다. 후폭풍으로 김상태 당시 신한투자증권 대표 연임이 불발됐고 신한투자증권은 이례적인 3인 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부통제 이슈 발생 시 전 임원 성과급을 일괄 차감, KPI(핵심성과지표) 평가와 포상에서 제외, 지점장 인사평가 및 직원 개인 성과평가에 반영 등 책임 범위가 확대된다. 
 
하지만 내부통제는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내부 인원의 일탈이 계속되는 한편 이에 따른 과징금 발생과 사업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차명계좌를 이용한 증권사·자산운용사 임직원은 총 56명, 거래 종목은 모두 3654개였다.
 
총 3654건의 거래 중 신한투자증권은 201개의 종목 거래에서 차명거래가 있었다. 이는 메리츠증권(1711건), 삼성증권(1071건)에 이어 세 번째다. 다만 해당 차명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치는 행위자에 대해 과태료 300만원에서 1400만원에 그쳤다.
 
한편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미비는 해외사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9월17일 위장 매매(wash sales)와 비경쟁 거래(non-competitive transactions)에 관한 혐의로 신한투자증권에 21만2500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27차례의 거래를 집행 과정에서 동일 계좌 또는 동일한 실질 소유자 계좌에서 같은 수량의 선물 계약을 매수·매도한 주문으로 사실상 동시에 제출해 위험이나 가격 경쟁을 배제했다는 게 CFTC의 판단이다.
 
2022년  신한투자증권 실리콘밸리 사무소 개설식 (사진=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CFTC 조사 과정에서 조사에 협조해 일부 과징금을 경감 받았다. 하지만 이 영향으로 신한투자증권은 사실상 미국 현지 법인 운영에 손을 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법인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2022년 진출한 실리콘밸리 팰로알토 지점으로 현재 유력한 매각 대상자로 키움증권이 거론된다. 신한투자증권의 실리콘밸리 사무소는 당시 금융위기 속에서도 추진한 신한투자증권 해외 사업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애당초 기대된 스타트업 발굴과 벤처비즈니스 강화는 이뤄지지 못한 반면 내부통제에도 실패하자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내부통제 계획 미완 평가…"지속적 점검할 것"
 
LP 손실 사태 이후 첫 중장기 내부통제 프로그램에 대한 신한투자증권의 공식적인 입장은 정용욱 신한투자증권 자산총괄부문 대표 명의로 나왔다.
 
정 대표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이익과 신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지속적으로 확산겠다”라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내부통제가 일상이 되는 조직문화를 완성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좌)과 정용욱 신한투자증권 자산총괄부문 대표(우) (사진=신한금융그룹)
 
정 대표는 증권업계에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심복으로 여겨진다. 증권보다는 은행에서 보낸 시간이 많지만 김상태 전 대표 시절에도 증권사 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금융지주사 영향력이 강한 곳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은행 중심의 운영이 오히려 내부통제 실패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신한투자증권이 발표한 중장기 내부통제 프로그램의 내용을 살펴보면 별도 조직 신설 없이 기수별 운영 체계를 통해 내부통제 개선 문화를 확산시킨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부족하다.
 
이전 LP 손실사태는 LP운용본부가 해외 ETF 손실 액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내 ETF와는 달리 해외 ETF의 손실은 국가 전산망이 아닌 별도 파일을 통해 작성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직원들은 거래처 허위 이메일 작성해 자신들의 손실을 숨겼다.
 
신한투자증권은 8월5일 국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져 코스피가 10% 넘게 급락해 손실을 숨길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야 부당행위를 인지할 수 있었다. 만약 8월 대폭락 같은 변수가 없었다면 이들의 범행은 지금까지도 지속될 수 있었다.
 
증권업 내부통제 구축을 위해선 사업 운영에서 실무자가 어디까지 임의로 정보를 조작할 수 있고 감시 공백이 발생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계획에는 이점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 계획이 미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LP운영 같은 업무에서 내부통제가 이뤄지려면 증권업, 특히 기업 간 거래 특수성과 리스크 요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라며 “단순히 위험한 상품 판매 금지와 기수별 관리 식의 통제 방식으로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시장의 지적에 신한투자증권도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에 대해 고심이 깊다.  다만 지금 당장은 과거 사례를 되짚어 할 수 있는 것부터 고쳐가는 것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내부통제가 어렵다”라며 “하지만 이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한 지속적인 프로세스 도입과 점검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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