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됐던 국민의힘 의원 여섯 명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습니다. 검찰 구형에 비해 형량이 대폭 깎이며 모두 금배지를 사수했습니다. 이로써 개헌 저지선(100석)도 지켰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과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특별검사) 수사는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나경원 모두 유죄에도…국회법 위반 '500만원↓'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20일 "국회가 과거를 반성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마련한 의사결정 방식을 구성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며 특수공무집행 방해,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패스트트랙 처리를 막기 위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는 등 법안 접수와 회의 개최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전·현직 의원 24명이 기소된 사건입니다.
검찰이 2년 징역형을 구형했던 나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벌금 2000만원과 국회법 위반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어 △송언석 의원 벌금 1000만원·150만원 △김정재 의원 벌금 1000만원·150만원 △이만희 의원 벌금 700만원·150만원 △윤한홍 의원 벌금 600만원·150만원 △이철규 의원 벌금 400만원·150만원입니다.
모두 당선 무효형은 피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 이상 피선거권을 박탈당합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공동폭행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또한 의원직 상실로 이어집니다.
법원은 검찰 구형에 비해 줄어든 형량을 놓고 "이 사건이 발생한 이래 국회의원선거·지방선거 등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평가는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회 내에서 이루어진 정치적 행위의 성격을 가진 이 사건의 양형을 정함에 있어 참작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가 20일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국민의힘 의원 여섯 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 독재 막을 저지선 확보"…" 법원의 호된 꾸짖음"
현역 의원 여섯 명이 의석을 지키며 개헌 저지선 붕괴에 대한 우려는 덜었습니다. 개헌 저지선은 다수당의 일방적 개헌 시도를 막을 정치적 마지노선으로 불립니다. 국민의힘은 그간 정부와 여당이 일당 독재 발판인 개헌을 위해 특검을 동원하고 법원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 의원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법원이 명백하게 우리의 정치적 항거에 대한 명분을 인정했다"라며 "결국 민주당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을 인정했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항소 여부는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판결의 결과와 상관없이 성숙한 의정 활동을 요구했습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의원직 상실형은 면했지만, 법원의 호된 꾸짖음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민주당도 여당답게 대화와 타협 정신을 지킬 테니 국민의힘도 이번 판결의 교훈을 얻어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태도를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아직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추경호·권성동 의원 등이 연루된 3대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항소 여부를 어떻게 관측하냐는 질문에 "재판부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고 다수당 폭거에 면죄부를 준 것은 유감"이라면서 "이것을 사법부로 끌고 간 것 자체가 문제다. 검찰이 어떤 판단을 하는지 국민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