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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30일 15:3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3년 만에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신사업 확장을 위한 차입금 규모는 9조원에 육박하는 상태다. 특히 본업인 정유와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단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HD현대오일뱅크)
영업익 2.8조에서 '적자'로…급락한 수익성
3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 실적은 가파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과 정제마진 호조로 연결 기준 2조 7898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나,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2023년 영업이익은 6167억원으로 줄었으며, 2024년에는 다시 절반 이하 수준인 2580억원까지 급감했다. 2025년 들어서는 실적 악화가 더욱 심화되며 3분기 누적 기준 1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는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둔화와 유가 및 환율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 평가손실이 꼽힌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내 수급 악화와 정제설비 신규 가동 본격화로 인해 복합정제마진이 축소된 것이 뼈아픈 대목이다. 여기에 석유화학 부문은 공급 과잉 기조 속에서 올레핀 제품의 부진이 심화되며 3분기 3474억 원이라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 전반적인 실적을 갉아먹었다.
수익성이 악화돼 현금창출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8조 7000억원(총차입금 9조 2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3조 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HPC(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설비) 투자와 더불어 유가 변동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이 누적된 결과다.
또 2024년 하반기 HD현대아로마틱스(구 HD현대코스모) 지분 50%를 1450억원에 추가 인수하고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이관된 기존 차입금 1831억원 등도 추가적인 채무 확대 요인이 됐다. 이처럼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투자와 운영에 들어가는 자금이 많아지면서 회사의 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조정순차입금/EBITDA는 3분기 기준 8.7배까지 치솟아 신용등급 주요 하향 요인 가운데 하나인 '8배 초과' 구간에 진입했다.
배당 미지급 등 고육지책…단기간 내 개선은 '글쎄’
HD현대오일뱅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선 주주 배당금을 대폭 삭감했다. 회사는 배당금 지급액을 2023년 6000억원에서 2024년 3000억원으로 줄였으며, 실적 부진이 심화된 지난해에는 결산 배당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또 매입채무 및 미지급금의 지급기일을 연장하고 약 6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가용 가능한 재무수단을 총동원해 유동성 악화를 막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무부담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윤활기유 설비 증설, HD현대이앤에프의 LNG 발전소 건설, 수소 및 바이오 연료와 같은 친환경사업 투자 등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줄줄이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 성과가 지연되고 있는 HD현대케미칼에 대한 추가 출자 가능성과 1조 2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에 대한 자금보충약정 등은 잠재적인 재무 리스크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재무위기에 직면한 HD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롯데케미칼과의 연합이다. 양사는 대산 지역 내 석유화학 설비를 통합 운영하기로 하고, 지난해 11월 정부에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해당 계획안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을 물적 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함으로써 노후 설비 가동률을 조정하고 생산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조개편이 완료되면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011170)은 합병법인의 지분을 50%씩 보유하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전환 대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이익기여도가 높은 비정유 부문의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정유 부문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윤활 부문(HD현대쉘베이스오일 등)은 고급 윤활기유의 견조한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누적 14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수익성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는 향후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바이오 선박유, 수소 등 친환경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중장기적인 수익성과 신용도를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HD현대오일뱅크의 시장 내 지위는 견고하지만,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변동성과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상존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진행될 석유화학 구조개편의 최종 결과와 정부의 재무적 지원 수준, 그리고 친환경 신사업의 성과 창출 여부가 향후 재무부담 개선 문제의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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