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들이 실제 임상에서 탁월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권위 있는 독립 의료 연구기관인 코크란(Cochrane)은 화려한 성적표 이면에 ‘제약 자본의 개입’과 ‘장기 데이터 부재’라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의뢰로 진행된 이번 코크란 리뷰는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제바운드),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위고비),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등 주요 GLP-1 수용체 작용제 3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의뢰한 연구에서 비만치료제의 장기적인 안전성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이미지=챗GPT 생성)
체중 감량 효과 “뚜렷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티르제파타이드는 12~18개월 투여 시 평균 16%라는 경이로운 체중 감량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 역시 24~68주간 투여했을 때 평균 11%의 감량 효과를 보이며 위약(가짜 약) 그룹을 압도했습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약 4~5%로 상대적으로 완만했으나 유의미한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의 후안 프랑코(Juan Franco) 박사는 “수십 년간 효과적인 비만 치료법을 찾지 못했던 인류에게 지금은 매우 흥미로운 순간”이라며 이 약물들이 비만 치료의 ‘게임 체인저’임을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분석 과정에서 몇 가지 우려스러운 지점을 포착했습니다. 분석 대상이 된 대다수의 임상 시험이 해당 약물을 제조하는 제약사의 자금 지원으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보고서는 “제약사가 임상 설계부터 분석, 결과 보고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약물의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부정적인 면은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약사 후원 연구 논란과 부작용
실제로 환자들은 구역질, 구토, 설사와 같은 소화기 계통의 부작용을 빈번하게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심혈관 질환 개선이나 사망률 감소 등 실질적인 건강 수명 연장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위약군과 뚜렷한 차이를 입증할 장기적 증거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경제적 불평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현재 고가의 약값 때문에 저소득층이나 저개발 국가 환자들은 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변화의 조짐이 있습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이미 특허가 만료되어 복제약(제네릭)이 출시되고 있으며, 세마글루타이드 역시 2026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향후 가격 하락이 예상됩니다. 연구팀은 “약물의 보편적 접근성을 높이지 않으면 비만으로 인한 건강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만치료제의 장기적 안전성에 문제 제기를 한 코크란은 의료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비영리 독립 연구 네트워크입니다. 이들은 직접 실험을 하기보다, 전 세계에 흩어진 수많은 임상 연구 데이터를 모아 엄격하게 재분석(메타 분석)합니다.
자난해 8월 국내에 출시된 주사치료제 마운자로.(사진=뉴시스)
‘코크란’ 발표의 객관성
특히 “제약사의 후원을 일절 받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유명해, 의료계에서는 코크란의 보고서를 ‘가장 편향되지 않은 최종 결론’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번 발표가 세계 의료계의 이목을 끄는 이유도 바로 코크란의 독보적인 객관성 때문입니다.
이번 코크란 리뷰 결과는 향후 WHO가 제정할 비만 치료 가이드라인의 핵심 근거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약물 중단 시 발생하는 요요 현상과 장기 투약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제약사로부터 독립된 공공 차원의 추가 연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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