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용산공원조성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택 공급을 위한 용산공원 주변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를 둘러싸고 이재명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20년 전 정권교체로 이어졌던 노무현정부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간 갈등이 재연되는 모습입니다.
청와대, '용산 개발' 공식화…'20일 본회의' 분수령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회의에 계류 중인 '용산공원조성특별법 개정안'을 놓고 "소위원회 논의를 충분히 마무리하지 못한 채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됐다"며 "법안의 일방적 강행 처리는 이 공원을 국민께 개방해야 된다는 기본 이념과 입법 취지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는 명백한 의사결정의 착오"라고 질타했습니다.
민주당은 용산공원특별법 개정안을 20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방침입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반환된 미군 부지부터 순차적으로 공원을 어떻게 조성할지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됩니다. 아울러 캠프킴 등 주변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공원·녹지 의무 확보 기준도 완화돼 해당 지역의 고밀도 복합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정부와 청와대도 법 개정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이날 <TV조선> '뉴스퍼레이드'에 출연해 "공원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을 때 의미가 있다"라며 "이 금싸라기 땅이 잘 이용되는 게 중요하다"라고 용산공원 부지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용산공원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주택 공급을 위한 용산공원 개발이 곧바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서울시와 야권에서는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정부가 공원 조성 계획과 주거지 확보를 위한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의 녹지 훼손은 물론, 과거 미군기지로 사용되면서 발생한 토양오염 정화 비용 등의 문제도 쟁점입니다.
오 시장은 전날 을지국무회의에 참석해 이 대통령에게 직접 용산공원 부지 개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 시장은 회의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만큼은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20일 국회 본회의가 사실상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용산공원 일대 개발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 시장의 회동도 예정돼 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용산공원 개발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동산 정책 실패→정권교체' 딜레마
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충돌은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간 부동산 정책 갈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에도 집값 상승의 원인과 해법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2006년 4월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급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공급이 부족해 부동산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됐다"며 "흔히 공급이 부족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하지만 명동, 맨해튼 같은 땅을 무조건 늘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맞선 인물이 당시 서울시장인 이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기간 꾸준히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서울시장 퇴임 이후인 2006년 11월 4일에는 노무현정부를 겨냥해 "어설픈 사냥꾼이 산돼지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다른 동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꼴"이라며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심을 찾아 기다리면서 정곡을 찌를 정책을 써야 하는데,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면서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결국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정권교체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습니다. 이재명정부 역시 오 시장과 부동산 공급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당시와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주택 공급 책임을 서울시에 돌리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양측의 신경전도 거칠어지는 모습입니다.
오 시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8·13 부동산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를 향해 "집값을 못 잡은 책임을 용산공원으로 덮으려 하면 안 된다"며 맹공격했습니다. 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공원 조성 문제를 넘어 현 정부의 부동산 공급 정책과 향후 민심을 둘러싼 정치적 대결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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