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빛나는 별과 벌레의 숙명
2025-03-21 06:00:00 2025-03-21 06:00:00
참 오랜만이었다. 길을 걷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발걸음을 멈춘 것이.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한번 들었다고 알 턱이 있나.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치고 말 건데, 노래 제목이 궁금했다. 그래도 요즘 세상이 좋아져 검색포털 창을 띄우고, 음악 검색을 하니 몇 초 지나지 않아 노래 제목이 나온다. <나는 반딧불>
 
이후 잠들기 전에 듣는 최애곡이 됐다. 잔잔한 선율에 덤덤한 가사. 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벌레라는 뒤늦은 자아 인식. 신세 한탄에 그치지 않고 그래도 눈부시니 괜찮다는 다독임.
 
빛나는 별이지만 우리는 벌레
 
보통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고, 다 그렇게 나이 들어간다. 빛나는 별인 줄 알았는데, 깨닫고 보니 벌레다. 그래도 스스로 위로하며 세상 풍파를 헤쳐 간다. 벌레이기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초록빛 불을 밝히는 반딧불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똥벌레였다는 걸. 그래도 괜찮다. 빛날 테니까.
 
그런데 살다 보면 ‘빛나는 별인 줄만 알고, 벌레인지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느낀다. 벌레라는 사실을 알면서 스스로 부정하는 건 그나마 양심이 있겠지만, 그저 별인 줄, 별빛에만 취해 삶을 이어가는 인간들도 상당수다.
 
빛나는 별이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배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부시게만 행동한다. 소위 말해 ‘진상’이다.
 
2019년 6월21일 새벽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삼경사 인근의 관성묘 일원에 운문산반딧불이 수컷이 짝을 찾기 위한 아름다운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진상’들이 주위에 있다면 생활의 불편이나 그저 참고 사는 정도로 치부하겠지만, 권력자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하기사 권력을 손아귀에 쥔 이들이 스스로를 벌레라고 생각할 리도 만무하겠지만, 그들의 행동이 생활의 불편을 넘어 ‘벌레들의 인생과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문제다.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헌법재판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별인줄만 아는 착각
 
찬성과 반대를 떠나 군인 집단을 동원해 국가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사고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다. 헌법에 대통령의 권한으로 ‘비상계엄’을 적어두긴 했지만, 헌법의 위임을 받은 법률에는 적용 조건을 엄격히 해 놨다.
 
2024년 12월3일은 평범했고, 수많은 반딧불들은 그저 수많은 하루 가운데 하나를 보냈다. 피곤한 월요일을 거쳐 아직도 한참 남은 주말을 바라보며 ‘힘을 내자’고 다짐하던 화요일 밤. 대통령이라는 위인은 숱한 별들을 동원해 국가의 평안을 위협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배우자는 명품백을 받아도 수사기관이 어영부영 덮어줬고, 신경에 거슬린다고 국회를 뒤집어엎으려는 ‘빛나는 별’ 때문에 별이지만 벌레인 민생은 하루하루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장고가 길어진다. 꼬투리 잡히기 싫은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반딧불이지만 개똥벌레들은 목마르다. 별인 줄만 알고 벌레인지는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루빨리 마음 편하게 벌레인 줄 알지만 눈부시게 살고 싶다고.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