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윤석열씨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광화문 등 주말 서울 도심은 윤씨 파면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와 천막농성, 시국선언 함성으로 또 가득 찼습니다. 탄핵 선고를 지연하는 헌재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늘었습니다.
토요일인 22일 광화문 일대는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인근 도로변을 가득 메웠습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3시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고,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오후 5시부터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집회장소 주변에는 오후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포근한 봄 날씨에 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안국역 인근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어울렸습니다. 등산을 나온 시민들이 주변 천막에서 진행한 탄핵 촉구 서명에 참여했고, 반팔을 입은 한 30대 청년은 ‘헌재야, 이제 더워진다. 선고기일 좀 잡자’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박승하씨는 “이번 주말에도 ‘윤석열 파면’ 피켓을 들지 몰랐다. 날씨 좋은 토요일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며 “비상계엄 당일 동네 형이랑 차를 타고 국회로 달려간 지 100일이 넘었다. 헌법재판소는 눈치 보지 말고 즉각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2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비상행동이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진행된 비상행동 집회는 야5당의 범국민대회와 함께 주최 측 추산 100만여명의 시민이 함께 했습니다.
박석운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법원과 검찰이 윤석열을 법률상 탈옥시켰다”며 “김성훈 경호처 차장 구속영장 심사에선 검찰은 참석도 않았고,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헌재는) 윤석열 탄핵사안이 중대해 우선 처리하겠다 해놓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일을 미리 잡았다”며 “윤석열이 주범이고 한덕수는 종범에 불과하다. 국민은 하루빨리 윤석열 파면이 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앞서 비상행동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14일째 이어왔던 공동의장단 단식을 종료한 바 있습니다. 대신 투쟁 수위를 높이기 위해 오는 24일부터 매일 오후 7시엔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진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투쟁단은 25일 ‘남태령 시즌2’라는 이름으로 2차 트랙터 집회를 예고했습니다. 민주노총도 26일까지 헌재가 파면 선고일정을 확정하지 않으면 27일 총파업 총력투쟁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비상행동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성예림씨는 “계엄 당일에는 무서웠고 이젠 불안한 마음이 커져 매주 집회에 나오고 있다”며 “다른 학생들도 시민들과 함께 매일 광장에 나오고 3보1배까지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무얼 더 해야 파면이 이뤄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탄핵도 너무 당연한 일이었지만, 시민들이 광장에 나섰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파면도 시민들이 끝까지 광장을 지켜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3일에도 광화문 서십자각 앞에서 각계각층의 시민단체는 윤씨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은 윤석열정부에서 발생했던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도 했고, 서울지역 쪽방촌의 공공개발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천막에선 반복되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는 ‘윤석열 파면 이후 1만명 서명운동’도 진행됐습니다. 천막을 지키며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는 한 자원활동가는 “최근 울산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해 해당 거주시설 폐지와 장애인들의 탈시설 권리보장을 요구하고 있다”며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우리 사회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했습니다. 약사단체들은 이날 광화문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내란사태는) 국민의 건강권과 보건의료 체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중대한 위협”이라며 “윤석열정부는 그동안 의료대란을 수수방관하면서 의료민영화를 추진해왔다”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병원은 전공의가 빠져나간 자리에 열악한 병원노동자들을 더 열악한 환경에 방치시켰고,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원을 받으며 의료체계를 망가트리고 있다”며 “내란 이후에도 진행되는 의료개혁의 실상은 민간의료보험과 민간병원의 민원 수리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헌재는 국민 생명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습니다.
23일 서울 광화문 서십자각 앞 농성장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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