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SK 고배당의 역설…배당금 늘수록 줄어드는 잉여금
지난해 영업이익 반토막…지배주주 순손실만 1조3000억원 육박
자사주 소각 대신 '고배당'으로 선회한 SK의 선택
2025-04-02 06:00:00 2025-04-02 10:34:2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31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003600)가 최근 몇 년간 현금 흐름 악화에 허덕임에도 고배당 정책 유지를 공언한 것을 놓고 시장의 우려가 쏟아진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반 토막 난 데다 실제 기업이 만들어낼 수 있는 현금흐름을 의미하는 잉여현금흐름(FCF)도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재무 여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주회사 주주들의 몫을 의미하는 지배주주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약 1조3000억원까지 확대돼, 고배당을 유지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주주환원 약속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SK의 고배당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출처=SK)
 
고배당 정책 속 모순…이익잉여금 줄었지만 배당금 증가
 
31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SK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24조690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128조7985억원 대비 3.2%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4조7540억원에서 2조3553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4064억원에서 528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지배주주 순손실은 오히려 -7768억원에서 -1조2927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배주주 순손익이란 전체 연결 기준 당기순손익에서 모회사가 보유하지 않은 자회사 지분만큼을 제외한 이익을 말한다. 즉, 지배주주 순손익은 모회사 주주들이 가져가는 자회사의 당기순손익 몫을 말한다. 이는 지난해 SK 지주사 주주들이 가져가는 순손실이 전년보다 더욱 크게 늘어 1조3천억원에 달한다는 말이다.
 
자체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SK는 배당 확대를 결정했다. 2023년 주당 3500원이었던 결산배당은 2024년 주당 5500원으로 상향됐다. 중간배당(1500원)을 포함하면 연간 주당 배당금은 7000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연간 총 배당금 규모는 2764억원에서 3856억원으로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13조6680억원에서 11조8819억원으로 13.1% 감소했다. 1조원 이상의 이익잉여금이 줄어드는 상황에도 고배당 기조를 유지한 배경에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밸류업 정책이 있다.
 
앞서 SK는 지난해 10월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배당금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경영 실적이나 경상 배당 수입과 관계없이 연간 주당 최소 배당금을 5000원으로 설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지급되는 최소 배당금은 연간 28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밸류업 정책은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전략임과 동시에 최 회장의 개인 재무 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다만 기업 본질 가치의 개선 없이 배당만 확대할 경우 결국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배주주 순손실은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을 진행하면서 수익성이 나지 않은 사업이나 연결 회사 등을 정리하면서 발생한 손상차손이 장부에 반영된 결과”라면서 “SK그룹은 현재 핵심사업에 집중화를 꾀하면서 재무 안정화를 꾀하고 있고 주주 환원 정책으로 배당 기조는 꾸준히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 배당 확대 이유…주식담보대출과 그룹 지배력 유지
 
SK가 재무상황 악화에도 배당 확대 정책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 사정도 일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보유한 SK 주식의 39.9%를 담보로 총 4895억원의 대출을 받은 상태다. 주가 하락이나 배당 축소는 곧 대출 상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당 확대는 최 회장에게 직접적인 재무적 이익이 되기도 한다. 이날 기준 최 회장은 SK 지분 17.9%를 보유 중이다. 이번 배당 정책에 따라 올해 SK에서만 91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도 배당 수령액(648억원) 대비 40.43% 증가한 수준이다.
 
한 증권사의 지주 전문 연구원은 “SK의 순손실 적자 등은 계열사 정리에 따른 손상 차손 반영이라고 생각하면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결국 자회사들의 연결 이익에 따라 배당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면서 “다만 자사주 소각은 오너의 경영권 방어와 연결되기 때문에 바로 실행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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