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탄핵 정국을 가를 '운명의 날'이 밝았습니다. 1일은 민주당 지도부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요구한 최후통첩의 날입니다. 야당의 전방위 압박에도 한 권한대행은 "국가경제 및 민생이 우선"이라며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급기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데드라인 하루를 앞둔 31일 한 권한대행에게 제안한 회동도 무위로 끝났습니다. 4월 정국의 막이 오르면서 정치권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1일 경기도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수펙스(SUPEX)센터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여야 반발에도 '민생 우선'…한덕수 '내란 방탄' 계속
한 권한대행은 1일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비공개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할 예정입니다. 국무회의의 주된 안건은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이지만, 일각에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도 논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민주당에서 '마은혁 미임명'을 전제로 국무위원 전원 탄핵을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한 권한대행을 향해 마 후보자를 1일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국무회의가 예정된 이날을 최후통첩의 날로 잡고 임명이 지연할 경우 다시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고 경고한 것인데요. 그러면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 권한대행에 여러 차례 회동을 제안했다고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그는 "31일 오전부터 대표가 문자와 전화로 긴급 회동을 제안했지만, 한 권한대행은 답이 없었다"고 말하며 여전히 '내란 방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더 강경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한 권한대행 탄핵은 물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국무위원 줄탄핵하겠다는 것인데요. 실제 민주당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발언이 현실화된다면 마 후보자 임명의 주체는 사라지기 때문에 국정 마비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민주당의 국무위원 줄탄핵은 한 권한대행을 향한 압박 수단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전히 마 후보자는 편향된 인물이라며 임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반면 같은 당 6선 조경태 의원은 "헌재가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며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전 간담회에 대해 "정확한 시간이나 의제가 결정된 건 아니다"라고 했는데요. 그동안 '여야 합의'를 고수했기에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도 한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 취지에 따라 마 후보자 임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 한 권한대행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전망입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 '쌍탄핵' 예고…정국 격랑 불가피
민주당 내부에서 '한덕수 탄핵소추안'이 힘을 받으면서 4월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4월 본회의 개최를 둘러싼 여야 협의도 불발됐습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발 '쌍탄핵'에 반발하면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비롯한 '의사일정 보이콧'도 현실화됐습니다.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본회의를 열고, 긴급현안질의를 실시하는 의사일정도 민주당 주도로 처리됐습니다.
야당의 단독 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야당이 본회의에서 '한덕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오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 지명 문제를 추진하겠다고 맞불을 놨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재판관이 생기면 6명밖에 남지 않게 되는데, 그럼 헌법재판소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행이 2명을 임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윤석열씨의 탄핵소추 통과 후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논란이 일자, 대통령 권한대행은 소극적 권한행사만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약 3개월 만에 입장이 달라진 것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이 바뀐 배경에는 야권에서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맞불 전략이 깔렸습니다. 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헌법재판소 개정안'을 회부했습니다. 개정안은 총 두 건으로 민주당 소속 이성윤·김용민 의원이 각각 발의했는데요.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내용과 대통령 직무정지 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4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한 만큼, 본회의 통과까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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