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빼놓고…백날 '자강론' 목소리 높여본들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 핵무장 했다 치고, 그 버튼은 누가?
2025-04-03 16:52:54 2025-04-03 16:53:11
지난 달 4일 미 상원 인사청문회 참석한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1. 지난 2월 말(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쫓겨났다. 젤렌스키를 향해 트럼프는 6번이나 "당신은 카드가 없다"고 했고, JD 밴스 부통령은 "무례하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현장에서는 맞받아쳤으나 쫓겨난 뒤에는 결국 트럼프에게 사과해야 했다.
 
여러 논객이 이 상황을 보면서 2500년 전 그리스의 강국 아테네와 작은 섬 멜로스의 대표단이 논쟁했다는 '멜로스 대화'를 떠올렸다. 당시 아테네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정의는 오직 동등한 힘을 가진 관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강자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약자는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이다"라고 멜로스를 조롱했다.
 
미국, 중국 견제에 집중…한국 방위는 알아서 하라는 트럼프
 
#2.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최근 배포한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와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2기 방위전략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이 9쪽짜리 비밀 지침서는 "인력·자원의 제약 탓에 다른 전역(theaters)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며 중국 아닌 러시아와 북한, 이란의 위협에는 해당 지역 동맹국들이 억제 책임을 맡도록 압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이 지침대로라면 한국이 북한의 군사 도발과 재래식 전력 충돌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고 유사시 대만 방어에 주한미군 전력이 투입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확산 중이다. 한마디로 하면 '주한미군 역할 변경'인 셈이다.
 
지난 2006년 1월 19일 노무현정부와 아들 부시정부가 전격 합의했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눈앞 현실로 등장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이 지침서는 미 국방부에서 동맹 전략 및 국방 정책을 담당하게 될 엘브리지 콜비 정책담당 차관이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미국은 중국 견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한국이 자국 방어를 스스로 책임지고 주한 미군의 역할을 중국 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해 5월 한국 방문 때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한국 스스로 (북핵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 한국이 이양받을 준비가 안 됐더라도 준비가 돼야 한다"고 했다.
  
#3.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련해 "나는 어느 시점에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we have, there is communication)"고 했다. 그가 과장이 심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현재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고 확인한 셈이다. 그는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큰 핵 국가(big nuclear nation)이고 그는 매우 스마트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트럼프정부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최종 목표가 '비핵화'라고 공식발표했지만 트럼프가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가 실제로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면 이를 한국에 알리기는 했을까? 한국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트럼프는 2일에는 한국에 26%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그 자신이 첫 집권 때 한·미 FTA를 재협상했는데도 말이다.
 
트럼프 2기 들어 한반도 정세가 이렇게 돌아가면서 국내에서는 '한국 자강론'이 활발하다. 오랜만에 '자주국방론'까지 등장했고 '민감 국가 지정' 논란 때문에 잠깐 시들해지기는 했어도 자체 핵무장 주장도 여전하다. 언론 매체 대부분, 특히 보수 성향 레거시 미디어들은 '시일야방성대곡' 수준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정확히는 '트럼프 우선주의'인 트럼프가 좌충우돌하고 있으니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는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이렇게 '자강', '자주국방'을 목 놓아 외치면서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바다 건너 콜비만 홀로 외치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07년 2월 28일, 한미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합의에 반대하고 있는 전직 국방장관 등 역대 군 수뇌부들이 서울 신천동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12층 중회의실에서 회의를 갖기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조건…가능한가?
 
박근혜정부는 2015년에 미국과 전작권 전환을 '시기'가 아니라 '조건' 충족 방식으로 바꿔버렸다. ①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확보 ②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 대응능력 확보 ③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조성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①, ② 번도 그 구체성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③번을 만족하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 가능할까.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막기 위해 주관적 잣대의 장애물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전작권도 없는 상황에서 설령 천신만고 끝에 핵무장을 한다 한들 그것이 누구 것인가. 핵 단추를 한국 대통령이 누를 수도 없는데 말이다.
 
전략적 유연성, 주한 미군 역할 변경-주한미군 기동타격군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등.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2006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용어들이 재등장하고 있다. 그 극심한 논란을 거치면서 한국군은 무엇을 얻었을까. 세계 5∼6위권 규모로 몸뚱이는 커졌지만, 군단급 이상 작전 계획을 스스로 작성하지 못한다는 비웃음은 그대로다. 핵심 중 핵심인 전시작전계획을 미군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자체 판단과 능력으로 대규모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군대라는 얘기다.
 
군부가 작전 계획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기갑여단장 등 핵심 장성들이 친위 쿠데타 계획이나 모의하고 있는 것 아닌가.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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