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제패권 싸움에 휘둘리는 세계 경제
트럼프 말 한마디에 국제 금융시장 '일희일비'
시장 변동성 확대…'롤러코스터' 당분간 지속
2025-04-11 16:32:08 2025-04-11 19:22:07
[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자존심 싸움에 세계 경제가 휘둘리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일희일비하고 있는데요. 그의 상호관세 폭탄 예고에 추락을 거듭하던 국제 금융시장은 발효 당일 갑작스러운 관세 유예 발표에 급등했다가, 하루 만에 미·중 관세전쟁의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수직 낙하했습니다.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미·중의 경제패권 다툼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로 몰아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어제는 웃고 오늘은 우는…트럼프 '입'에 금융시장 요동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로 전일 기록적 폭등을 기록했던 뉴욕증시는 10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표정을 싹 바꿨습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46% 각각 하락하면서 장을 마감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4.31%나 추락하면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날 기록적인 폭등세로 장을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입니다. 앞서 뉴욕증시는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적용하는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자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실제 나스닥과 S&P500 지수 상승률은 각각 12.2%, 9.5%로 역대 두 번째, 세 번째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 주식시장도 한국 코스피가 6.6%, 일본 닛케이가 9.1%로 각각 급등했습니다. 
 
하루 사이 뉴욕증시가 돌변한 것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상호관세 유예 결정에도 불구하고 미·중 관세전쟁 불안감이 다시 고조됐기 때문입니다. 이날 미국 <CNBC>는 백악관 관계자가 대중 합계 관세율이 125%가 아닌 145%라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25%는 상호관세 수준만을 말한 것이며 펜타닐 사태로 인해 이미 부과한 20% 관세율을 추가하면 총 145%의 관세율이 부과된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증시는 내림세가 가속화하는 등 시장의 분위기는 급변했습니다.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을 의식한 듯 "중국과 합의를 하고 싶다"며 "시진핑 주석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나의 친구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방중 중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접견 자리에서 "관세 전쟁엔 승자가 없으며 세계와 대립하면 결국 자신만 고립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외부 환경이 어떻게 바뀌든 중국은 자신감과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자기 일을 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극도로 혼란 증폭된 금융시장에…"최악의 자해"
 
국제 금융시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입'에 지옥과 천국을 오간 흐름입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부과 방침에 전 세계는 경기 침체에 빠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했습니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고, 다음날 3~4일 이틀 동안 주가 폭락으로 미 뉴욕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약 6조6000억달러(약 9600조원)에 달했습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며 연거푸 하락했습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코스피 등 증시는 물론 채권시장과 외환시장까지 흔들렸습니다. 실제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며 블랙 먼데이를 기록했던 지난 7일 코스피, 코스닥지수는 5% 이상 하락하는 폭락장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갈등이 고조되면서 급락세를 보인 미 증시와 마찬가지로 이날 현재 코스피 지수도 다시 하루 만에 장중 2400선을 내줬습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상호관세 부과 방침에 1480원대를 뚫었다가 유예 결정에 1440원대로 떨어지는 등 변동폭이 커지면서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시장에서는 미중의 경제패권 자존심 싸움에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만 커지며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재닛 옐런 전 미 재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내가 지금껏 봐왔던 것 가운데 최악의 자해"라며 "잘 기능하는 경제에 자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관세의 부정적 반응으로 지속된 주가 급락은 갑작스럽고 뒤늦게 등장한 '트럼프풋(트럼프가 주가하락을 방어할 것이라는 기대)'에 의해 급반등했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트럼프 관세 부담과 중국산 수입가격 급등,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을 경계하면서 주요 주가지수가 하루 만에 다시 급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의 성장이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본격화할 경우 시장의 혼란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2분기 전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변동성이 극도로 증폭된 혼란스러운 기간을 거치게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트레이더들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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