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미래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핵심 비전은 'K-이니셔티브(주도권)'입니다. 모방이 아닌 '주도적인 기술'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대선 경선 캠프도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대권을 향한 발걸음을 뗀 이 전 대표가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대세론' 굳히기에 돌입했습니다.
"세계 주도하자"…K-이니셔티브 비전 제시
이 전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전 발표식을 열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없는 길을 만들어 걸어온 저 이재명이 위대한 국민의 훌륭한 도구로서 위기 극복과 재도약의 길을 열겠다"며 "K-이니셔티브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비전은 K-이니셔티브 한 마디에 녹아 있습니다.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미래 지향적 목표가 담긴 키워드입니다.
이 전 대표는 "우리 국민은 앞선 나라가 쓴 정답을 빠르게 모방하며 죽을힘을 다해 일한 결과 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며 "하지만 이제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변화를 예고하며 초 과학기술의 신문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모방한 기술'로 이룩한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스템을 주도적인 기술로 전환해 나가자"며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및 캠프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이니셔티브는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비전 발표식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대선) 당시에는 공정성에 주안점을 뒀다면 지금은 성장에 무게 중심을 옮겼다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영역을 최대한 많이 발굴하자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22년 대선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는 "저번 대선에서는 최소한 반헌법 세력, 반국가 세력에 의한 공동체 파괴 위협은 없었다"면서 "(지금은) 파괴와 퇴행의 과거로 갈 것인가, 회복과 성장·발전의 정상적인 세계로 갈 것인가 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실정을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는 이재명도 달라졌다"며 "좀 더 절박해졌고, 좀 더 간절해졌고, 좀 더 큰 책임감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계파색 뺀 캠프 가동…선대위원장에 '윤호중'
이 전 대표는 이날 대선 경선 캠프 인선을 발표했습니다. 선거대책위원장은 5선인 윤호중 의원이, 총괄본부장은 3선인 강훈식 의원이 각각 맡았습니다. 박수현(공보단장)·한병도(종합상황실장)·윤후덕(정책본부장)·김영진(정무전략본부장)·이소영(TV토론단장)·이해식(비서실장)·강유정(대변인) 의원도 캠프에 합류했습니다.
캠프가 공개한 메인 슬로건은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브랜드 슬로건은 '지금은 이재명'입니다. 이 전 대표의 추진력, 결단력, 유능함으로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세계를 선도하는 K-이니셔티브를 이끌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캠프 설명입니다.
여야 대선 후보 중 이 전 대표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11일 공표·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이 전 대표 지지율은 37%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선 한국갤럽 여론조사 가운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지지율입니다. 올 1월 둘째 주 32%로 출발해 검찰이 윤석열씨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1월 26일)한 뒤인 2월 둘째 주에는 34%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34~36%를 횡보하다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고(4월 4일) 다음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37%를 보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인 이 전 대표는 경선을 넘어 본선까지 대세론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앞으로의 변수는 '무당층'입니다. 위의 여론조사에서 어느 한 후보를 뽑는 대신 '의견 유보'를 택한 응답자 비율은 30%에 달합니다. 30%의 움직임에 따라 대세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무당층 변수'에 대한 고민은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에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대표하는 파란색 대신 베이지색 니트티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부드러움과 온화함을 풍기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또 정치적 주제보다 '대한민국', '성장', '경제'를 재차 언급하며 비전 제시에 집중했습니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K-이니셔티브라는 비전과 영상 모두 정책적 기조와 맞닿아 있다고 보면 된다"라며 "포지셔닝에 대한 이미지도 잘 보여줬다는 평가"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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