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현재 우리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국회에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전례 없는 미국발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권한대행의 시정연설은 1979년 11월 최규하 전 대통령이 권한대행으로서 시정연설을 한 이후 46년 만입니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발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대미) 협상에 돌입하고 충분한 협의 시간을 확보해 유예 기간 내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절박한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이번 추경안은 재해·재난 대응, 통상 및 인공지능(AI) 지원, 민생 안정의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효과성이 높은 필수 사업을 위주로 선별해 편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재원은 세계잉여금과 기금 자체 자금 등 가용 재원 4조1000억원, 8조1000억원 규모의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권한대행은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이 국민께 든든한 힘이 되어드리고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정부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의원님들의 합리적인 대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국회 심의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음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국회 시정연설 전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원식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저는 정부가 편성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국민과 국회에 설명드리고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먼저, 전례 없는 미국발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조치와 기본관세 도입, 그리고 상호관세 예고 등으로 우리 산업과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수십여개 국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도 가능한 한 신속하게 협상에 돌입하고 충분한 협의 시간을 확보하여 유예 기간 내에 국익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각국은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패권 확보를 위해 앞다투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월 AI 인프라에 5000억달러를, EU는 AI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월 2000억유로 규모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은 국가의 미래 성장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만큼, 우리나라도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국내 경제 상황 역시 녹록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 회복이 더디고, 고금리 상황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고, 제2금융권 대출 연체율도 최근 10년 새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대내외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3월 영남 지역에서는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겼습니다.
서른 한 분의 고귀한 생명이 우리의 곁을 떠나셨고, 수많은 이재민 분들께서는 아직도 본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십니다.
발생한 피해를 조속히 수습하고, 앞으로 발생 가능한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가장 근본적인 책무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정부는 이러한 시급한 상황에 대응하여 다음과 같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먼저, 산불 피해에 대해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신속히 가동하고 드론-비행기-위성 통합 기술을 활용하여 산불 화선을 정밀하게 탐지해 진화에 총력을 기했습니다.
이재민의 생활 보호를 위해서도 권역별 중앙합동지원센터를 운영하여 임시 주거 시설, 구호물자 및 의료 서비스 등을 긴급 지원했습니다.
또한 산불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대형 산불 피해지에 긴급진단팀을 파견하여 복구 계획을 수립하고, 산불 피해지 내의 위험목 제거에도 만전을 기했습니다.
통상 현안에 대해서는 민관 합동 경제안보 전략 TF를 구성·운영하여, 우리 기업이 받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 관세 부과에 대한 분야별 영향을 점검하고업종별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업계와 소통하며,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 지원 대책, 자동차 산업 긴급 지원 대책 마련 등 우리 주력 수출 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추진 중입니다.
아울러, 민간과 정부가 가진 역량을 총결집하여,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측과 긴밀히 소통하며 협의에 대비해왔습니다.
오늘 밤에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경제부총리와 산업부 장관이 미국 재무부 장관 및 USTR 대표와 “한미 2+2 통상 협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하에 무역 균형, 조선, LNG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한편, 민생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한 예산이 하루 빨리 수혜자에게 닿을 수 있도록, 역대 최고 수준의 상반기 신속 집행 목표를 세워 추진하였습니다.
그 결과 상반기 목표의 60% 수준인 약 233조원을 1분기에 집행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그동안의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과제들에 제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정의 적기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정부는 12조2000억원 규모의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하여 지난 4월21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은 ①재해·재난 대응, ②통상 및 AI 지원, ③민생 안정의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효과성이 높은 필수 사업을 위주로 선별하여 편성하였습니다.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보다 상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재해·재난 대응 분야에 3조2000억원을 반영하였습니다.
초대형, 초고속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재해대책비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 수준으로 3배 대폭 보강하겠습니다.
이재민의 온전한 일상 회복을 위해 신축 임대주택 1000호와 주택 복구용 저리 자금을 공급하고,
산불로 완전히 소실된 마을을 복구하기 위한 특별재생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산불 피해 복구로 인해 재정 여력이 부족해진 지자체에 대한 재정 보강을 위해, 2000억원의 지방채를 인수하겠습니다.
산불 예방 및 조기 진압 역량 제고를 위해 AI 감시카메라, 고성능 드론 등 첨단장비를 확충하는 한편, 산림헬기 6대, 다목적 산불진화차 48대 등 진화 인프라를 추가 도입하여, 공중과 지상에서의 진화 역량을 모두 강화하겠습니다.
또한, 금번 산불 관련 추가 복구 소요를 충분히 반영하고, 여름철 태풍 및 집중호우 등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1조4000억원의 예비비를 보강하고자 합니다.
여객기, 싱크홀 참사와 같은 대규모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활주로 이탈 방지 장치, 조류 탐지 레이더 설치와 노후 도로, 하수관로 정비 등 안전시설 확충에도 힘쓰겠습니다.
둘째, 통상 위기 및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4조4000억원을 편성하였습니다.
미국의 관세 조치 등으로 인한 수출 기업의 유동성 경색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 금융기관에 1조5000억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여, 대출, 보증, 보험 등 특별자금 25조원이 필요한 곳에 공급되도록 하겠습니다.
관세 피해 우려 기업의 애로 해소를 위해 대체 시장 발굴, 수출 물류 등을 지원하는 수출 바우처를 기존 약 3000개사에서 약 8000개사로 확대 지원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이 AI 선도 국가가 되어 국가 경쟁력이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뛰어오를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지원도 강화하겠습니다.
AI의 연산과 학습에 필수적인 고성능 GPU를 연내 1만장 확보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AI 컴퓨팅 성능이 2023년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우수한 민간 AI 기업들로 구성된 ‘AI 국가대표 정예팀’을 선발해 챗GPT와 같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LLM(거대언어모델)을 개발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GPU(그래픽처리장치), 데이터 등 연구자원을 집중 지원하는 ‘월드베스트 LLM 프로젝트’를 추진하겠습니다.
한편, AI 분야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AI 분야의 석박사급 인재도 당초 계획 대비 2배 확대된 총 3300여명을 양성하고, AI 분야 유망 중소·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AI 혁신펀드도 9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겠습니다.
AI 분야 추가경정예산은 총 1조8000억원 규모로 기존 본예산까지 합치면 올해 정부 AI 예산은 총 3조6000억원입니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AI 민관 합동 투자계획으로 2027년까지 공공 분야에서 총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던 목표를 올해로 앞당겨 초과 달성하는 것입니다.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의 경쟁력 제고도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반도체 거점 조성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망 지중화 비용 중 기업 부담분의 70%를 지원하겠습니다.
반도체 설비 투자 저리대출에 2000억원을 추가 출자하여 프로그램 총 공급 규모도 17조원에서 20조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첨단전략산업 관련 공급망 안정 품목을 생산하는 소재·부품·장비 중소·중견기업의 신규 입지 및 설비 투자 등에 대한 보조금도 신설하겠습니다.
셋째, 민생 안정을 위해 4조 3000억원을 반영하였습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경감 해드릴 수 있도록 연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이 공과금, 보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최대 50만원 한도의 ‘부담 경감 크레딧’을 만들어 새롭게 지원하겠습니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자금 조달에 보탬이 되고자 융자·보증 등 정책자금 2조5000억원을 확충하고, 중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6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100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를 발급하겠습니다.
영세 사업자의 매출 기반 확충을 위한 지원도 병행하겠습니다.
연매출 30억원 이하 점포에서 사용한 카드 소비 증가분의 20%를 온누리 상품권으로 환급하여, 추가 소비가 전통시장,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저소득 청년·대학생, 최저신용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맞춤형 정책자금도 2000억원 수준을 추가로 공급하고, 체불된 임금을 국가가 대지급하는 인원도 1만명 확대하여 임금 체불 근로자의 생계를 보호하겠습니다.
이상 설명드린 추가경정예산안의 재원은, 세계잉여금 및 기금 자체 자금 등 가용재원 4조1000억원과 8조1000억원 규모의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할 계획입니다.
국회의원 여러분!
과거 우리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이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들었던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모두 그러합니다.
그 극복 과정에는 정부와 국회가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협력했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있었고, 이러한 노력을 국민들께서는 아낌없이 지지하고 응원해주셨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한마음으로 수많은 위기를 함께 극복해온 것처럼, 이번에도 서로 신뢰하며 협력할 때 우리 앞에 놓인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위기 대응에는 정책의 내용만큼이나, 이를 추진하는 타이밍 또한 너무도 중요합니다.
정부 재정이라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 닿아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입니다.
산불 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간절합니다.
글로벌 경쟁이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우리 산업과 기업이 좌초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합니다.
하루하루 점점 더 힘겨워지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삶의 무게를 덜어드릴 실질적인 지원이 바로 당장 필요합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이 국민께 든든한 힘이 되어드리고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정부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의원님들의 합리적인 대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국회 심의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또한 집행 계획을 철저히 마련하여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즉시 현장에 온기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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