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문명과 라오인 이야기)⑧태국·라오스에 성소수자가 많은 이유
드러나는 태국·라오스 성소수자 문화 ‘노출의 관용’
트랜스젠더에 대한 역사적 낭설과 그 반박에 대해
2025-04-28 06:00:00 2025-04-28 06:00:00
동남아시아인도차이나 반도일반적으로 태국과 베트남을 떠올리게 합니다온화한 기후 탓에 전 세계 최고의 휴양 국가이자 관광 국가로 알려진 곳입니다하지만 이들과 맞닿아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 유일의 내륙 국가 라오스’. 낯선 만큼 모든 것이 어색하지만 그 속살을 살펴보면 의외로 우리와 많은 부분이 통할 수 있을 것 같은 친숙한 곳이기도 합니다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의 글로벌 프로젝트 은사마가 주목하는 해외 거점 국가 라오스의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1. 태국의 성소수자 인구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다국적 시장조사 및 컨설팅 업체입소스 2023년에 30개국의 성인 인구 중 성소수자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국가 중 성소수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브라질로 15%, 2위는 스페인으로 14%였다. 태국의 성소수자 비율은 30개국 중 17위인 9%로 조사됐다. 미국은 태국보다 조금 높은 15위로 10%를 기록했다
 
한국의 성소수자 비율은 7%로 나타났다. 한국인 다수가 예상 밖으로 높은 수치라고 느낄 수 있다. 2022년 갤럽에서 추산한 미국 성소수자 비율이 7.1%였으므로 입소스의 2023년 통계가 다소 높게 나왔을 순 있지만, 회사 성격상 고의적 통계 조작일 수는 없다.
 
한국의 7%와 태국의 9%는 숫자상 큰 차이가 아닐 수 있다. 한국의 성소수자는 상대적으로잠복돼 있다. 한국인들이 태국이나 라오스에 와서 받게 되는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이노출돼 있는 성소수자의 존재이다. 타이인의 노출과 한국인의 잠복 사이에 존재하는 극적인 대비가 문명적 차이일 것이다.
 
2. 까터이
까터이’의 본뜻은 따이어로 남성과 여성 성기를 한 몸에 지닌 사람, 간성(間性, intersex)을 의미한다. 까터이는 인도 북동부 따이족인 아홈인들의 단어터이에서 나왔고 뜻은 역시 제3의 성을 의미했다. 오늘날에는 여장을 한 남성에 대한 지칭으로 주로 쓰인다.
 
골프장에서도 이 단어는 종종 쓰인다. 캐디에게 까터이를 가져다 달라면 웃으면서 유틸리티나 하이브리드 클럽을 가져다줄 것이다. 아이언과 우드 겸용으로 휘뚜루마뚜루 사용하는 클럽이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까터이는 멸칭까진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본뜻과 거리가 생기고 적어도 웃음거리는 될 수 있어 레이디 보이트랜스 여성으로 불리기를 선호한다. 
 
라오스의 아이들. 꽁로마을 캄무완주. (사진=정우택 작가)
 
2. 트랜스 여성에 대한 그럴듯한 가설
 
가설에 역사가 붙으면 그럴듯해지고 설득력 있게 들린다. 태국에 트랜스 여성이 많은 건 전쟁이 많아 타이인들이 병역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남자 아이를 여장을 시켜 길렀던 관습이 확대돼 오늘날 트랜스젠더로 발전하게 됐단 설이다.
 
타이인들이 인도차이나 중심을 차지하기까지 부단한 전쟁을 치렀던 건 역사적 사실이다. 타이인들이 인도차이나에 들어온 초기엔 크메르제국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 있었다. 크메르인과 타이인 사이에 힘의 역전이 일어난 건 쑤코타이 왕국의 랑캄행 대왕 같은 타이족 지도자의 맹활약이 있었다. 랑캄행과 쑤코타이가 크메르제국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던 건 몽골의 압도적 군사력을 활용한 덕분이기도 했다.
 
따이인들이 몽골 쿠빌라이칸의 운남 침입으로 인도차이나 남쪽으로 떠밀려 내려온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미 정설이 아니라 논쟁적인 하나의 가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중국 당송 시기는 따이인들에게 피의 연대기로 중국 남부에서 전쟁 난민이 돼 인도차이나로 밀려 들어왔단 게 역사적으로도 언어학적으로도 정설이 돼가고 있다.
 
타이인들이 크메르인들보다 우위에 선 이후엔 버마인들과 치열하게 3세기 동안 인도차이나 패권을 두고 격전을 치렀다. 아유타야 왕실과 귀족들이 집단으로 버마로 끌려가서 고초를 겪었고, 아유타야가 함락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전쟁의 과정에서 타이인의 민족의식이 싹트면서 중앙집권적 요구가 강해졌다.
 
전쟁이 민족을 조직한다. 따이인들에게 본격적 중앙집권은 짜끄리 왕조부터이며 따이인의 기본적 삶의 공간과 체제는 소국과민의 므앙이었다. 혈연과 씨족이 기본이 되는 므앙에서 병력이 충원되는데 여장을 시키는 정도의 눈속임으로 병역 기피가 가능했단 건 따이인 삶의 조건과 동떨어진 터무니없는 낭설일 뿐만 아니라 따이인의 애족심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달라 체제였던 약소 므앙은 외적 침입이 오히려 지배적 므앙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던 게 짜끄리 왕조까지 이어졌다. 라오인 외에 많은 따이인들이 태국의 소수민족으로 남은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몽골 침입이 오히려 수코타이 왕조의 번영을 가져온 외적 조건이 됐던 것처럼.
 
젖 먹이는 젊은 엄마. 국립공원 푸카오쿠와이 지역. (사진=오광석 작가)
 
3. 기타 가설
 
타이어가 부드러운 발음과 어조라서 남성이 여성화된다, 태국 땅에 평야가 많아 음기가 강해 남성이 여성화된다, 타이 음식에 여성 호르몬을 자극하는 물질이 많다 등등. 이런 낭설들은 근거가 전혀 없어 과학적 차원에선 다룰 이유가 없다. 브라질과 스페인에 성소수자 비율이 높은데 로망스어군 언어인 포루투칼어와 스페인어가 여성적이란 소리는 전혀 들어본 바 없고, 오히려 반대 느낌은 받아본 적이 있다.
 
태국 북부도 산악이고 라오스는 국토의 7할 이상이 산악지대이지만 태국 중남부 평야지대와 달리 성소수자가 적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 라오스 땅이던 태국 동북부 지역인 이싼은 태국의 부엌이라 부를 정도로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고, 라오스 왕국의 오랜 수도였던 루왕파방은 태국으로 쩨우’(양념)를 수출할 정도이다. 두 지역에 사는 외국인과 교민들이 여성화 돼가는 어떤 느낌도 받지 못하고 있다.
 
목욕하는 처녀. 므앙프앙 남릭강. (사진=오광석 작가)
 
4. 시린톤 공주 인류학 센터의 두 가지 설명
 
태국인에게 사랑받는 시린톤 공주 이름을 딴 인류학 센터가 있다. 이 센터에서 10여년 동안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역사 문화 다양성에 대해 연구해온 인류학자 나루폰 박사 설명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태국은 역사적으로 데릴사위제였다. 신랑이 결혼 하면 신부를 따라 처가집으로 들어가 살았다. 신랑 가족 입장에선 노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성소수자 아들은 처가로 들어가지 않고 집안의 노동력으로 남으니 오히려 선호했단다. 고대부터 타이인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았고 농장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오늘날 성소수자들이 공무원 교사 항공기 승무원과 같은 전문직에서 정상적으로 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둘째, 불교 영향이다. 불교는 성소수자를 차별하거나 금지하는 교리가 없다. 윤회설을 따르자면 전생과 현재의 성별이 같았을 거란 법도 없고, 내세에 다른 성으로 태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따이인 창조주는 남성이 아니라 낭톨라니란 여성이고 붓다의 보호자이기도 하다.
 
여전히 일부 무슬림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사형을 당할 수 있는 중범죄자에 해당한다. 기독교에서도 동성애는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로 간주되고, 중범죄로 처벌한 역사가 있다. 따이 문명은 데릴사위제와 같은 모계 모권적 전통과 불교로중 문명화돼 성소수자에 대한 관용성과 포용성이 대단히 크고 유연한 사회로 평가할 수 있다.
 
라오스=프리랜서 작가 '제국몽'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