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혼돈의 카오스' 속 '늘공'의 가치
2025-05-07 06:00:00 2025-05-07 06:00:00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볼 만한 드라마 리스트가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60일, 지정생존자>.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의 리메이크작인 이 작품은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국무위원들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유일하게 생존한 국무위원인 환경부장관이 60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돼 국무를 수행한다는 이야기다. 현실이 더 드라마 같은 요즘, 대한민국에서 60일도 채 되지 않는 33일간의 ‘지정생존자’가 탄생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부터 국가 원수와 행정부 수반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으로 역할을 하게 되면서다. 이제 3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너무 많이 놀라지는 않기 위해, 미리 폭 넓게 사고하려는 버릇이 생겼다. 어느덧 대행은 4순위까지 넘어왔고, 다음 순위는 과기정통부 장관이다. ‘설마 과기정통부 장관까지는 순서가 오지 않겠지’ 싶으면서도 ‘그래도 만에 하나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런데 아무쪼록 과기정통부 장관만큼은 대행의 역할까지 떠맡지 않고 무탈히(?) 그냥 넘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인공지능(AI) 대전에 대응하기에도 모자랄 시간에, 통신 보안 이슈까지 터지면서 이미 충분히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대응을 하고 있는 부처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 해킹 사태와 관련한 정부 대책은 다행히도 지금까진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통신 시장의 생리를 꿰뚫어보고 있는 주무부처만이 내릴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가해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에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가입을 중단하라고 권고했고, 이를 회사가 받아들이면서 유심 교체 속도가 조금이나마 빨라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의 우선순위가 이번 해킹 사태 해결이라는 것에 SK텔레콤이 전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유심 수급 문제가 해결돼야 유신 교체가 더욱 빨라지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업자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다. 적어도 고객들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뜻의 한글과 영어를 잇따라 써서 강조의 의미를 더하는, 한때 유행했던 이름 붙이기 놀이가 절로 생각나는 요즘이다. 나라 안팎으로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가 벌어지고 있다. 대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폭풍의 눈에 서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나랏일을 돌보는 공무원들의 역할이 실로 중요한 때다. 특히 전문성으로 무장한 채 자기 자리를 꿋꿋이 지키려는 '늘공(늘 공무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진심으로 나라 걱정을 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현재로선 여의도보다는 세종에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늘공'들이 자기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은 부처수장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의 대행 차출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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