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직 금융인들이 유력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거나 공개 지지에 나서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캠프 주요 인사들이 이들 자리를 노린다는 얘기가 돌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과 학연·지연이 있거나 대선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을 장악했던 전례가 많습니다.
전직 임원들 대선후보 지지선언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직 금융권 인사들이 유력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하거나 공개 지지하면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지도에서 우세를 보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 인사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입니다. 금융권 출신인 김현정 의원과 김병욱 전 의원이 주도한 금융인 모임에서는 최근 "이 후보의 금융정책 방향에 공감한다"면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이 모임에는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과 심재오 전 KB국민카드 사장, 송종욱 전 광주은행장, 우리은행의 계열사 전 대표와 부행장 등 민간 출신 인사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정책자문기구에 참여한 관료 출신들도 눈의 띕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를 거친 김광수 전 은행연합회장이 정책자문기구의 금융분과 위원장을,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공동 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전직 임원들은 당시 내외부 변수에 경영승계 구도에서 밀려났지만, 현직 회장이나 행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막강한 후보군으로 분류됩니다. 우리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서도 전직 임원들이 대거 출사표를 냈고, 임종룡 회장과 최종 후보군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내부 출신의 전직 임원은 외부 출신 후보군으로 분류된다"면서도 "경쟁력은 있으나 관운이 따라주지 않아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들이라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대규모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인적 쇄신 분위기가 계속 되고 있는데 현직 연임을 속단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KB·우리·신한 등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가 내년부터 순차 만료된다. 양종희(왼쪽부터)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해 8월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실제로 역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민간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순차적으로 소위 '물갈이'되는 역사가 반복돼 왔습니다. 과거 이명박정부 당시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금융권을 호령하며 '4대 천황'으로 불리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과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줄줄이 물러난 바 있습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 모임)'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에서 맹위를 떨쳤습니다. 윤석열정부에서는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3명의 회장이 연임을 포기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윤석열캠프에서 일한 인사나 전직 관료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왔습니다.
경영 구도서 밀린 OB들 반전 노려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우세인 민주당과 얽힌 인사들은 이미 금융권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한 송두한 민주금융포럼 상임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했습니다. 현재 농협금융을 이끄는 이찬우 회장 역시 문재인정부 시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이용우 전 민주당 의원의 친동생이라는 점이 정치적 해석을 낳은 바 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등 금융당국 고위직 임기도 곧 만료됩니다. 김 부위원장과 이 원장은 각각 오는 16일과 내달 5일 임기가 끝납니다. 금융위 부위원장과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대선 이후 개각이 이뤄지고 차기 금융위원장이 확정된 이후 후임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7월 말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두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교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금융위원장은 정권 교체기에도 어느 정도 연속성을 갖는 자리지만, 현 정부의 경제팀 교체 필요성이 커지면서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 이외에도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과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이 각각 내달 7일, 7월 26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에 끝이 납니다. 산은 회장과 기은 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 수은 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김소영(사진 왼쪽)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각각 오는 16일, 내달 5일 임기가 끝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팀 교체와 함께 대대적인 교체가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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