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산업을 흔히 ‘굴뚝 없는 공장’이라 부른다. 물리적 공장이 없어도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과거 관광이라 하면 단체로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패키지형 여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이제 여행자들은 유명 명소보다 자신만의 취향을 반영한 로컬 경험에 매력을 느낀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최신 여행 트렌드에 따르면, 첫 번째 트랜드로 ‘로컬 취향 여행’을 이야기한다. 유명 관광지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개성 있는 지역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먹고 자고 즐기는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일상 체험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는 자연과 이색 체험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농촌 여행이다. 산촌과 어촌 등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지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 환경과 역사, 삶의 방식까지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팬데믹 이후 더욱 확산한 ‘취미 여행’이다. 좋아하는 분야의 페스티벌, 전시, 클래스 등을 중심으로 짜여진 이 여행은 개인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여행 콘텐츠가 있다. 바로 양조장 투어다. 아직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양조장이 훌륭한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주요 술 생산국들은 지역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여행 코스를 구성하고, 술 시음과 숙박, 문화 체험까지 이어지는 복합적인 콘텐츠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부르고뉴, 보르도, 샹파뉴는 세계적인 와인 명산지로, 와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양조장 방문이 ‘버킷리스트’ 같은 존재다. 와이너리 투어를 통해 포도밭을 거닐고, 셀러 안에서 숙성 중인 와인을 시음하며, 생산자의 철학을 듣는 경험은 단순한 음용을 넘어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 독일의 맥주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지역 맥주를 맛보고 양조장을 방문하는 것이 곧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이 되었다. 일본 역시 사케 양조장을 중심으로 한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이 발전해 있으며, 일부 양조장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관광객 소비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양조장은 단순히 술을 만드는 공간에서 벗어나, 지역 문화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관광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찾아가는 양조장’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2013년 5곳의 시범 양조장을 시작으로, 현재는 전국 64개소의 양조장이 선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 제도는 단순히 좋은 술을 만드는 양조장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관광·체험 기능을 결합해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양조장 대표들의 인식 변화도 이 제도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과거 생산 중심이던 양조장이 이제는 스토리텔링과 체험 프로그램 등 관광과 연계된 복합 공간으로 재편되고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이 전국 곳곳에 분포해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양조장을 방문 할 수 있는 것이다. 꼭 이 제도에 포함되지 않은 곳이라 하더라도, 지역 관광과 연계되어 자체적으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양조장도 많다.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인 식도락을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로 지역 술은 큰 역할을 한다. 지역 술은 해당 지역의 음식과 함께 발전해 온 만큼, 뛰어난 페어링을 자랑한다. 막걸리나 전통주는 발효 방식이나 유통 특성상 서울에서는 맛보기 힘든 신선함을 그 지역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5월은 따뜻한 봄으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기 좋은 계절이다. 5월에는 특별한 여행지를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그 지역의 술을 한잔 곁들이며, 직접 양조장을 찾아가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체험은 평범한 여행을 색다르게 만들어 줄 것이다. 여행이란 결국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지역 양조장을 방문하는 여행은 오감으로 즐기는 문화 여행의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양조장 투어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을 넘어,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나누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여정이 될 것이다. 술 한 잔에 담긴 지역의 이야기와 정성,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는 분명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의 장면이 될 것이다. 이번 5월에는 가족 또는 친구, 연인과 여행지에 있는 양조장을 한번 찾아가 보기를 권해 본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지방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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