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한 체코원전 수출에 최근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계약 입찰에서 탈락한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 EDF(Électricité de France)가 소송을 제기하며 최종 계약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수출 성공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오히려 지금은 지식재산권(IP) 분쟁과 유럽시장 진출 제한 등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됩니다. 한수원의 테라파워 투자 결정도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에너지정책의 투명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체코원전 수출 계약과 테라파워 투자에 대한 정보 공개, 국회 차원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에너지 정책'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뉴스토마토>와 K-정책금융연구소는 차기 정부의 올바른 에너지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4부작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16일엔 두 번째 순서로 '지재권 매국협약, 재벌 심부름꾼'을 주제로 황재훈 변호사(K-정책금융연구소 부소장)와 강창호 한수원 중앙노조위원장의 대담이 진행됐습니다.
뉴스토마토와 K-정책금융연구소는 차기 정부의 올바른 에너지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4부작 기획을 마련했다. 2부에선 황재훈 변호사(K-정책금융연구소 부소장, 사진 오른쪽)와 강창호 한국수력원자력 중앙노조위원장의 대담이 진행됐다. (사진=뉴스토마토 유튜브 캡처)
이날 대담에서는 한수원의 체코원전 수출 계약을 둘러싼 지식재산권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습니다. 황 변호사에 따르면, 체코원전 수출 계약엔 '3대 독소 조항' 의혹이 제기됩니다. △기술료 인상 △국산 핵연료 대신 웨스팅하우스 핵연료 사용 △유럽 시장 진출 시 웨스팅하우스의 동의 필요 등입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기술적으로 핵연료는 우리나라가 100% 독립이 되어 있다"며 "2006년 이후 한국형 원전연료인 하이퍼16(HIPER16)로 인허가를 완료했고, 실제 사용을 하고 있다. 하이퍼16의 성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체코원전에 수출에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 위원장은 또 유럽시장 진출 때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혹에 대해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할 수 있었던 명분이 '유럽 진출'이었다"며 "실제로 유럽 수출이 불가능하다면 법 통과의 취지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계약서 원본이 공개되지 않아, 국회 청문회 등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씨가 지난 2021년 11월29일 오후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대담에선 한수원의 테라파워 투자 결정에 '공공기관이 민간 기업의 투자를 회수하는 방식은 공공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황 변호사와 강 위원장에 따르면,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회사입니다. 한수원은 SK그룹이 보유한 테라파워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SK그룹은 2022년 8월 테라파워에 약 2억5000만달러를 직접 투자했습니다. 이 투자를 위해 SK그룹은 특수목적법인(SPC)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한수원은 2024년 9월 이사회에서 약 4000만달러 투자를 조건부로 의결했습니다. 이 투자는 SK그룹이 설립한 SPC의 지분 약 16%를 매입하는 방식입니다. 즉, 한수원이 직접 테라파워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SK가 테라파워에 투자한 SPC의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라는 겁니다.
그런데 두 사람에 따르면, 한수원이 테라파워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모회사인 한국전력 이사들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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