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인공지능(AI) 성숙도에 따르면 AI '선도국'은 미국·중국·싱가포르·영국·캐나다 등 5개국으로, 대한민국은 2군격인 '안정적 경쟁자'로 분류됐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2025년 AI 인덱스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한국 AI는 엑사원3.5, 단 1개뿐이었습니다. AI 3대 강국(G3)을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향후 3~4년이 AI 골든타임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1조4600억원을 확정했습니다. 국가대표격 AI 기업들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AI 기업으로 손꼽히는 LG와 네이버는 각각 '특화 AI 모델'과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핵심 전략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AI 현주소를 짚어보고, 위기 속 기회를 잡을 방안에 대해 모색해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소버린 AI(자주적인 AI)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두번째 집권에 나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0억달러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중국보다 빨리 AI 주권을 확보해 경제 안보를 강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가장 강력히 소버린 AI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AI 생태계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소버린 AI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소버린 AI는 각국이 자체 데이터·인프라를 활용해 그 국가나 지역의 제도, 문화, 역사, 가치관을 정확히 이해하는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정우 센터장은 "AI는 사용자가 직접 다양한 정보를 탐색했던 기존의 검색과 달리 하나의 답변만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며 "특정 언어 중심으로 학습해 해당 문화권에 대한 편향을 가진 소수의 AI 모델이 전세계를 독점할 경우 지식과 정보가 편향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사진=네이버클라우드)
기술서 서비스로 확장돼야 진정한 '소버린 AI'
중동 지역은 자체 소버린 AI 모델 확보를 위해 아랍어 대규모언어모델(LLM) 'ALLaM'을 만들었습니다. 유럽도 유럽만의 소버린 LLM을 위한 프로젝트인 '오픈 유로 LLM 프로젝트'를 지난 2월 출범시켰습니다. 하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 빅테크 AI에 종속되는 것에 사실상 모든 국가들이 우려하면서 소버린 AI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네이버(
NAVER(035420))가 한글에 특화된 초거대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개발에 집중한 것도 이러한 연유입니다. 그는 "AI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기술과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인프라, 자국 언어·문화를 반영한 AI 모델, 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생태계 등 풀버티컬 역량을 네이버는 보유하고 있다"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추론형 AI 기술도 확보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정우 센터장은 소버린 AI를 성장시키려면, 성능 좋은 AI모델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 확장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국 정부가 딥시크를 공공과 산업 AI전환(AX)에 빠르게 접목한 것과 같은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하 센터장은 "네이버는 AI 모델을 검색과 커머스 등 매일 수천만명이 사용하는 대규모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고, 최근 오픈소스로 하이퍼클로바X 모델을 공개하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네이버 AI 기술을 활용해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번 오픈소스 공개는 그동안 연구 목적 활용으로만 제한했던 것과 달리 하이퍼클로바X 경량 모델에 대해서는 상업적 활용도 허용했습니다. 생성형 AI 도입을 망설였던 중소규모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국내 AI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에 나선 셈입니다. 그는 "제조를 포함한 기존 산업의 강점을 활용해 자체 AI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기술을 빠르게 공공분야에 확산해서 다양한 산업에 확산되도록 해야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딥시크로 기회 확인…"정부와 기업간 공동투자 필요"
네이버는 자사가 축적해 온 소버린 AI를 대한민국 성장 어젠다로 확장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네이버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한번 검증된 하이퍼클로바X 모델을 다양한 기업용 솔루션이나 특화 모델로 구축해 글로벌로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기치 아래 하정우 센터장은 지난달 '두바이 AI 위크 2025'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소버린 AI 생태계와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AI 반도체 기술을 소개했다"며 "현지 언어와 문화를 학습한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버린 AI 구축과 글로벌 생태계 확장이라는 목표 실현을 위해 하 센터장은 정부와 기업 간 공동투자 등 협업이 중요하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정우 센터장은 "중국의 딥시크 등을 통해 천문학적 투자가 아니어도 우리나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AI 모델을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에 한계가 있는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속도감과 규모감 있는 투자를 위해 정부와 국내 기업은 공동 투자 등으로 협업해 AI 기술 레이스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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