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거품 걷히니 시장 변동성에 속수무책
5대 손보사 중 KB손보만 순익 증가
대형 재해 겹치며 손보사 수익 기반 흔들
2025-05-16 14:19:10 2025-05-16 14:19:1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작년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손해보험사들이 올 1분기 들어 급격한 실적 하락을 겪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대형 자연재해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보험영업과 투자손익 모두 압박을 받는 형국입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초기 실적을 지탱하던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상각이 본격화하면 회계상 방어 여력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000810)·메리츠화재·DB손해보험(005830)·KB손해보험·현대해상(001450) 등 5대 손보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3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습니다. KB손해보험을 제외하고 대부분 두 자릿수 순이익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보험업계는 손보사들이 보험영업 부진, 투자손익 둔화, 회계효과 약화가 겹치면서 시장 충격에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화재는 1분기 순이익이 60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습니다. 투자손익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무안공항 사고와 전국 산불 등 대형 재해 등으로 보험손익이 악화한 영향입니다.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4625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8% 줄었습니다. 보험손익 부진이 이어졌지만 투자손익 개선으로 일부 방어에 나섰습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의 순이익은 4470억원으로 23.4% 감소했습니다.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실적 부진을 이끌었으며 일반보험도 대형 재해 여파로 손해율이 악화됐습니다.
 
현대해상 순이익은 20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4% 줄었습니다. 장기보험 손해율 악화와 자동차보험 손익 감소가 주요 원인입니다.
 
KB손해보험 순이익은 3135억원으로 8.2% 증가해 5대 손보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됐습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악화됐지만 장기보험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수익성을 방어했습니다.
 
이번 실적 부진은 대형 산불 등 일회성 요인과 함께 손해보험업계의 시장 변동성에 대한 높은 민감도를 보여줬습니다. 5대 손보사 1분기 투자손익은 두 자릿수 이상 성장 또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자연재해 등의 영향으로 보험손익이 더 컸습니다. 보험영업 수익성이 낮고 투자손익 의존도가 높아진 손보사들은 금융시장 불안과 대형 재해 발생 시 실적 방어 여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IFRS17 도입 초기 실적을 지탱하던 CSM 상각이 본격화할 경우 회계상 실적 방어 여력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CSM은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나타내는데, 현재 총량은 증가했으나 신계약 잔액은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보험영업 부진, 투자손익 둔화, 회계효과 희석이 동시에 맞물린 가운데 손보사들이 시장 충격 앞에서 대응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금리 하락과 시장 불확실성 확대가 겹치면서 손보사들의 수익 기반이 더 흔들리고 있으며, 시장 충격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앞서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전체 보험사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전분기보다 6조2000억원 감소했는데, 금리 하락에 따라 보험부채 평가액이 급등하면서 발생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과 같은 자산의 평가 손익을 반영하는 항목으로, 줄었다는 것은 자산가치가 하락해 자본 건전성이 약해졌다는 뜻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보험 본업 수익성 강화를 통한 기초 체력 확보가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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