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저유가 수혜 항공·운송…환율 하락시 이익 확대
미, 통화절상 요구 소문…야간선물서 20~40원 출렁
환율·유가 하락시 유류비 부담 대폭 감소
물동량 감소 ‘구름 낀 맑음’… 여행업체 그냥 ‘맑음’
2025-05-17 06:00:00 2025-05-17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전쟁통에도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 모양입니다. 원달러환율은 한미 간 통상협정에 환율이 포함됐다는 소식에 출렁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지금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유가와 환율 하락은 기름을 많이 쓰는 운송업체들에게 희소식입니다. 원양어업과 여행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의 주가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미 통상협의에 환율이…원화 절상하나?
 
16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4일 환율이 크게 출렁였습니다. 이날 오후 증시가 끝날 때까지 1420원대에 있던 원달러환율이 오후 4시경부터 급락세를 보여 오후 6시쯤엔 1389원까지 하락했습니다. 불과 두 시간 만에 30원 이상 급락한 것입니다. 이날 야간선물시장에서 다시 1400원대로 반등했지만, 단시간 내 환율이 이렇게 흔들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틀 전인 12일엔 이와 반대였습니다. 이날은 환율이 오전부터 강하게 올라 1400원을 오가며 정규장을 마무리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늦은 오후 1420원대로 뛰어올랐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5월1일에도 선물시장에서 1440원 부근까지 올랐던 환율이 밤 시간대부터 급락해 2일 새벽엔 1400원이 깨졌고, 4일 밤 5일 새벽엔 1360원대까지 추락했습니다. 한국에서 연휴를 보내는 며칠 사이 선물시장에서 벌어진 급변에 외환당국은 물론 시장 참여자들도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외환시장이 며칠 사이 이렇게나 흔들린 원인은 미국과의 통상협의 때문입니다. 지난달 24일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이른바 ‘2+2 통상협의’가 진행됐는데요. 협의 안건에 환율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외환시장에 불을 붙였습니다. 뒤이어 환율은 의제가 아니라는 반박이 나왔지만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국 정부는 관세를 앞세워 교역국들을 압박하면서 차례대로 통상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선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게 가장 큰 목적입니다. 미국의 수출을 위해서라면 달러가 지금보다 약해지는 것이 유리합니다.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환율 상승)할 때 우리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상승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양국의 협의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환율이 의제에 포함됐다면 원화 가치를 높이는 주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동원되든 이행된다면 원달러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에도 미국은 주요 교역국의 환율 조정에 개입한 선례가 있습니다. 1985년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를 절상시킨 플라자합의입니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미국과 달러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약해진 상황입니다. 달러 안정성이 희석됐다는 판단에 달러를 내다 파는 수요가 증가한 것도 약달러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미국의 압박에 원화 가치를 높이더라도 플라자합의 때처럼 충격이 크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지난 2주간 외환시장에서 나타난 현상을 봐도 알 수 있듯 달러 가치는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중엔 1200원대 중반까지 내다본 의견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3일(현지시각) 리야드 왕궁에서 협정서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핵 협정 가능성을 함께 밝혀 유가 하락세를 부추겼다.(사진=뉴시스/AP)
 
환율+유가 동시하락, 운송·여행에 호재
 
원달러환율 하락은 저유가와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방문을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 이행 중인 감산을 중단할 뜻을 밝혔는데요.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 역시 지난달에 이어 하루 41만1000배럴 증산을 결정했습니다. 이에 지난해부터 배럴당 70~80달러 사이를 오가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4월부터 70달러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장기 평화를 위한 매우 진지한 협상하고 있다”며 “이란과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정에 성공할 경우 이란은 원유 공급 시장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선 이란이 하루 100만배럴을 더 공급해 유가도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5월 초 55달러까지 내려왔다가 63달러로 반등했던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다시 61달러로 하락했습니다. 
 
원달러환율이 하락할 경우 1분기 환율 덕분에 좋은 실적을 올린 자동차, 바이오 등 수출기업들은 환율 하락분만큼 경쟁력을 잃겠지만, 반대로 수입하는 기업, 원유 또는 석유제품을 주요 원재료로 쓰는 기업들은 환율 하락만큼 원가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운송업체들은 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전망입니다. 회사가 보유한 트럭, 트레일러, 선박, 항공기 등 운송 자산에 들어가는 유류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유가 하락만 해도 고마운데 환율까지 떨어지면 감소폭이 더 커져 그만큼 이익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다만 운송업체들은 물동량의 영향을 받고 있어 지금으로선 여의치가 않습니다. CJ대한통운(000120),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의 주가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HMM(011200) 역시 관세가 물동량과 운임에 영향을 주고 있어 유가, 환율 하락만 보고 웃기엔 아직 이릅니다. 현대글로비스(086280)의 경우 현대차 수출에 연결돼 있으나 다른 운송업체들에 비하면 안정적인 편입니다.
 
이들에 비하면 여행은 순수하게 환율과 유가 하락을 반길 수 있는 업종입니다. 원화 가치가 높아져야 해외여행객들의 구매 여력이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항공은 여행객 증가와 유류비 감소를 동시에 호재로 누릴 수 있는 업종입니다. 
 
운송업체들이 호재와 악재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과 달리 동원산업(006040), 사조산업(007160), 사조오양(006090) 등 원양어업 업체들은 유가 하락만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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