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선 공약이 그리는 세상
2025-05-22 06:00:00 2025-05-22 06:00:00
21대 대선에서 담론 경쟁이 뜨겁다. 탄핵을 거쳐 조기에 이뤄지는 이번 대선이 정책 선거는 아니다. 하지만, 지지 지형의 결집과 확장을 정책으로 집약한 공약은 각 후보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물론 선거에선 모두를 포괄하려는 전략(catch-all)이 주를 이루지만, 집토끼 전략과 산토끼 포괄 방식으로 지향의 차이가 드러난다. 주요 네 후보의 10대 공약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담론을 무엇으로 설정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재명 후보가 그리는 대한민국은 재부흥 국가다. 경제 강국, 민주주의 강국, 외교안보 강국을 제시한다. 아울러 가계와 소상공인, 지방, 노동과 권리 밖 노동자, 아동·청년·어르신을 아우르는 모든 세대와 계층의 살 권리와 생명 안전, 기후 위기 대응의 주제까지 다층적으로 포괄한다. 따뜻하고 포용적이며 실용적으로 강한 국가를 그리고 있다. 선두 주자로서 누구에게도 흠 잡히지 않게 포괄적이나, 중도보수 선언과 맥을 같이 하며 포용적이고(liberal) 발전을 선도하는 강한 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자유 주도 성장,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1공약으로 제시하며, 다른 공약도 이 ‘규제 완화와 기업 주도 성장’의 색채를 반영하고 있다. ‘AI, 에너지 강국’도 집중 투자, 지방 정책도 GTX로 연결되는 나라라는 개발 중심, 중산층 확대도 자산 증식 방식이다. 노동 공약이라 불릴 만한 것이 1공약인데 이전 보수정부처럼 노동을 개혁 대상화하는 공약이다. 소상공인과 민생, 재난 대응, 특권 해체는 빠트릴 수 없는 쟁점이다. 북핵 억제력 강화 통한 국가안보는 극우와 실용적 보수 사이의 위치 정립이 여전히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준석 후보는 추격자로서 청년의 대표 주자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대변하려는 청년은 개인의 자유와 성취를 공정의 이름으로 인정받고 타자와의 형평성을 위해 희생되지 않는 자유주의, 관대함(평등이 아니라 박애)이 없는 개인주의, 극단적 자유주의(liberiatarian)이다.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국민연금 신-구 분리, 청년 든든출발자금, 현역 출신 장교 선발, 압도적 규제 혁파, 지역 법인세 자치권 부여 등은 포괄적인 정책 제시보다 색깔에 맞춰 자극성이 높게끔 배치하고 있다. 정부 부처 축소라는 시장자유주의 색채에 리쇼어링 촉진과 국가과학영웅 우대제도라는 명명 자체로는 국가주의가 뒤섞인 신자유주의 보수가 소구하는 계층이 있다는 확신을 가진 듯하다. 
 
권영국 후보는 유일 진보 후보로서 진보정당이 과거부터 제안했던 평등한 세상의 비전을 현시점에서 발전시킨 공약을 제시한다. 한반도 평화 시대와 정치제도 개혁까지 아울렀지만, ‘불안정 무권리 노동자 권리 보장으로 불평등 해소’, 부자 증세, 무상 돌봄·간병·교육, 차별금지법 제정, 기후정의로 생태평등 사회 건설, 녹색 공공임대주택 300만호, 대기업 수탈적 경제구조 개혁, 국민 먹거리 기본법 등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내란과 탄핵 국면에서 제기된 사회 대전환의 과제를 평등을 중심으로 평화, 참여민주주의로 집약하고 있다. 
 
네 후보의 10대 공약은 우리 사회가 어디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각자 다른 색깔로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포용적 발전 국가의 분명한 상은 따뜻함과 강함의 배합에 따라 판가름 날 터이다. 과거 민주당 정부로부터 유추하자면 경제가 사회를, 국제 질서 대응이 국내 담론을 압도하며 강함이 부드러움을 다독이는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으려면 돌출적이며 가장 포괄적인 사회, 노동 의제 몇 가지는 확실히 추진해야 한다. 김문수 후보의 기업 주도 국가의 상은 흘러간 신자유주의 담론의 복사판이 될 개연성이 크다. 생명·안전 말고 사회정책이랄 게 보이지 않던 윤석렬 정부의 공백처럼 노동 등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자신을 정당화하는 양상으로 흘러가기 딱 알맞다. 이준석 후보의 형평성 없는 공정과 자율의 담론은 사회구조적 불균등과 불평등에 대처할 포괄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 보편성이 부족한 일부의 이해만 집중 대변하는 우파 극단주의가 새로운 비전이 될 수 없다. 권영국 후보의 평등 세상 담론은 우리 사회가 더 많이 귀 기울여야 할 가치를 담고 있다. 그 파장과 영향력의 확대를 기대해본다.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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