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반등 기대에 빚투↑…증권사, 신용융자율 인하 경쟁
반도체·테마주에 레버리지 쏠림…신용잔고 18조 육박
인하 경쟁 속 '0% 금리'까지…과열 우려도 제기
2025-05-23 16:30:57 2025-05-23 17:18:21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증시 반등 기대감 속에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있습니다. 증시 반등 기대에 레버리지 수요가 늘어나며 증권사들도 신용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973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유가증권시장 10조3492억원, 코스닥시장 7조6243억원으로 연초 대비 약 2조2912억원(14.6%) 증가, 한 달 전인 4월21일(17조0749억원)과 비교해도 약 1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방산, 반도체, 2차전지 업종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548억원), 삼성전자(496억원), 한미반도체(462억원), LG에너지솔루션(336억원), 삼성SDI(175억원)의 신용잔고가 한 달 새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코스닥에선 정치 테마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관련주로 분류되는 에이텍의 신용잔고는 시가총액 대비 약 10%에 달했으며 핑거와 세명전기도 8%를 넘었습니다.
 
거래대금도 증가세입니다. 5월1일부터 22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누적 거래대금은 194조9316억원으로 4월 전체 누적 거래대금(170조6677억원)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전년 동기(116조7803억원) 대비 22.6% 증가한 수치입니다.
 
코스피는 지난달 10일 2445선까지 하락했다가 한 달여 만에 2600선을 회복했고 이달 14일에는 2640선을 넘기며 단기 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용융자 잔고는 주가 반등과 함께 확대되는 경향이 있으며 최근 빚투 증가도 이와 같은 기대 심리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외국인 수급 전환도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5월1일부터 22일까지 외국인은 1조302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1조2489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거래대금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외국인 수급 전환이 증시 반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초 연휴 이후 외국인은 꾸준히 코스피를 사들이고 있다"며 "한국의 견조한 수출과 반도체 주도의 실적 전망 상향, 원화 강세 압력으로 인한 외국인 순매수 전환이 코스피 반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같은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신용금리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KB증권은 3월 1일부터 31일~60일 이상 구간의 금리를 9.5%에서 9.3%로 인하했습니다.삼성증권은 3월4일, 1~7일 구간을 제외한 전 구간에서 0.2%포인트 낮췄습니다. 키움증권은 3월14일부터 1~7일 구간을 제외한 모든 구간에서 0.2%씩 인하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4월14일부터 QV계좌에서 31일 이상물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0.1%포인트 내리고 나무 계좌는 31일 이상물을 0.1~0.3%포인트 인하합니다. 
 
메리츠증권은 기존에는 '슈퍼365계좌'에만 업계 최저 수준의 금리를 적용했으나 4월21일부터는 일반 위탁 계좌에도 확대 적용해 1~7일 단기 구간의 신용융자 이자율을 연 6.55%에서 5.90%로 0.65%포인트 인하했습니다.신한투자증권은 9월9일까지 신용융자 이자율을 연 3.7%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2023년부터 1~7일 구간에 대해 '0% 금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은 6월 중 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증권사의 신용이자 하향조정으로 신용 거래융자잔고가 한동안 증가할 것이러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이자 인하가 고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면서 "특히 단기성 매매 수요가 늘고 있는 최근과 같은 장세에서 신용공여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반등 기대와 맞물려 레버리지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며 "일부 종목 중심으로 신용잔고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레버리지 투자가 더 큰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에만 기대 빚투를 확대하기보다는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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