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도 대표이사·이사회의장 겸직 수두룩
설치법·예외조항 핑계로 지배구조법 회피
2025-05-28 06:00:00 2025-05-28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은행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 운영하는 가운데 겸직 체제를 유지하는 곳도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수 목적으로 설립된 은행에 지배구조법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라는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20개 은행 가운데 최고경영자(CEO)인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은행은 6곳입니다. 이 중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수협은행 등 4곳이 국책은행 또는 특수은행이고,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비대면 전문 인터넷전문은행(인뱅)입니다.
 
국책은행의 경우 각 기관 설치법에 근거해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행법에서는 '은행장이 이사회를 소집하고 그 의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특수은행인 수협은행도 수협법에 같은 내용이 그 조항을 근거로 신학기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 중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각 기관 설치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지배구조법을 따라야 하는데, 겸직 허용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법 적용 예외가 된다"고 했습니다. 인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수익성 확보가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데다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유예 기간을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최우형 은행장과 이은미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2023년 금감원으로부터 이사회 및 산하 위원회 운영 미흡 등을 이유로 경영유의 통보도 받았지만, 여전히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상장사인 카카오뱅크(323410)의 경우 지난 2021년 8월 상장한 이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습니다.
 
이사회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관해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입니다. 특히 대주주, 임원 등 경영진의 이해상충행위에 관한 견제와 감독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사회 의장과 CEO의 분리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힙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에서는 금융사의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 선임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수 있게 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두도록 하면서도 별도의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사유를 공시하면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배구조법에 이상한 예외조항을 두면서 금융사들이 사내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는 선택지를 열어놓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를 그대로 두고 지배구조 개선에 성과가 있다고 자평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지만, 금융사 대표이사·이사회의장 겸직 등 지적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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