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과학적 근거 없다"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 보고서 발간
게이머 1625명 5년간 종단 연구
이달 30일까지 학술논문 경진대회 참가자 모집
13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대응 특별세미나'
2025-06-05 10:17:54 2025-06-05 10:17:5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19일 게임 이용자 행동유형을 5년간 추적한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5차년도)' 결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5일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2020~2024년 아동·청소년 924명, 성인 701명을 대상으로 5년간 동일 패널을 구성해 관찰한 국내 첫 게임 종단 데이터입니다. 전체 패널 유지율은 90% 이상으로, 게임이용과 문제행동 간 관계를 실증 추적했습니다.
 
콘진원은 "개별 이용자의 심리·사회적 환경 변화와 게임이용 양상의 상호작용을 세밀하게 분석함으로써, 향후 게임정책 수립에 있어 근거 기반 마련에 기여하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콘진원은 5년 간 연구한 결과, 게임 과몰입위험군 유지 응답자의 게임이용시간이 감소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이용장애 과학적 타당성 검증 '미흡'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이용 행동이 지속적으로 문제적 성향을 보이는 비율은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상 게임으로 인해 12개월 이상 삶의 통제력 상실과 부정적 영향 지속 등이 나타나야 하지만, 해당 패널 내 이 조건을 충족한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는 WHO의 게임이용장애(ICD-11) 코드가 국내 현실과 거리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콘진원은 "연구 결과 과몰입군보다 일반이용자군의 게임이용시간이 더 길게 나타나 게임 시간만으로 문제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이 확인됐다"며 "게임이용자의 게임행동 유형이 자주 바뀌는 것으로 조사돼 게임이용장애 진단 기준이 보다 다차원적인 맥락에서 검토되어야 함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이용, 시간따라 줄어
 
전체적으로 아동·청소년과 성인의 게임이용 시간, 이용 게임 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콘진원은 이를 진학, 학업환경 변화, 취업, 직업환경 등 생애주기 요인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습니다. 연령 증가에 따라 게임 외 다양한 여가활동으로 전환되는 경향도 확인됐습니다.
 
특히, 조사기간 학부모와 자녀가 인식하는 게임 관련 문제행동의 수준도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는데요.
 
콘진원은 "연령 증가 및 성장발달에 따른 게임행동의 변화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 같은 결과는 의료적 개입이 아닌, 사회적 맥락과 생애주기적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실증적 근거로서 의료적 게임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는 학습환경, 가족환경, 사회적 관계 요인의 상호작용도 분석했습니다. 콘진원은 환경 변화에 따라 문제적 게임행동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콘진원은 5년 간 연구한 결과, 아동·청소년 게임이용시간과 과몰입 간 상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심리·사회 요인과 오프라인 관계 중요
 
아동·청소년의 경우 자기효능감이 높거나, 학업성취 만족도가 높을수록 '선용군'에 포함될 확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그에 반해 주의집중이 떨어지거나 과잉행동 경향이 있을 경우 '과몰입위험군' 포함 확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향은 교육적·사회적 개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결과로 풀이됩니다.
 
형제·자매와 함께 게임 하거나, 또래와의 오프라인 사회관계가 많을수록 건전한 게임행동양식으로 분류되는 '선용군' 포함 확률이 증가했습니다. 이를 통해 게임 이용 과정에서 사회적 규범 학습의 영향도 확인됐습니다. 부모의 양육태도와 교우관계, 지역사회 활동 경험 등도 게임이용 행태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개년 종단 패널 데이터 개방
 
콘진원은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게임이용자 패널데이터 활용 논문 공모전' 등 실증연구 확산에 나섭니다. 참가 대상은 전국 대학(원)생 및 일반 연구자로, 개인 또는 3인 이내 팀으로 신청 가능합니다. 패널데이터는 5개년에 걸쳐 수집된 국내 유일 게임 종단 데이터로, 학제 간 분석에 활용도가 높다고 합니다.
 
공모 주제는 △게임이용 시간과 행동유형 관계 △게임과 일상시간(학습, 수면 등) 연관성 △부모의 게임통제 방식과 자녀 게임행동 △'게임 리터러시' 등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신청 마감은 6월30일, 논문 제출은 8월5일까지입니다. 데이터는 신청자에 한해 제공됩니다. 
 
심사 결과는 8월29일 발표합니다. 시상식은 9월 중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수상작은 콘진원 공식 채널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며, 향후 관련 정책 수립에 참고자료로 활용됩니다.
 
유현석 콘진원 원장직무대행은 "게임이용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아닌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더욱 중요하다"라며 "이번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와 경진대회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의 학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효과적인 정책 수립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학술 행사도 열립니다. 콘진원은 13일 오후 2시 한국정책학회와 함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대응 특별세미나'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개최합니다. 이번 세미나는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게임이용장애 관련 국내 연구 발표와 논의를 통해 질병코드 등재 대응과 정책 결정의 기준 및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마련됐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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