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차기 금융투자협회(금투협)장 선거를 앞두고 업권 간 물밑 신경전이 조기에 감지되고 있습니다. 후보군에 전직 증권·운용사 대표들이 오르내리며 업계 대표성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임기가 6개월가량 남은 서유석 회장의 임기 이후 치러질 금투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영채 전
NH투자증권(005940) 대표,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황성엽
신영증권(001720) 대표,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등이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선거 출마를 전격 선언하며 운용업계가 선제 대응에 나섰고 황 대표 역시 일부 지인에게 출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금투협 회장 선거는 전체 400여곳의 정회원사(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회사 등)가 직접 참여하는 비밀 투표로 선출되며 회장의 임기는 3년입니다. 정회원사 중 증권사는 61곳, 자산운용사는 312곳, 선물회사는 28곳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표결 구조는 30% 균등 배분(1사 1표), 70%는 연간 협회비 분담률에 따라 차등 배분됩니다. 금투협 관계자는 "회비 납부 기준과 각사 비중은 내부적으로도 공유되지 않아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같은 1표라도 초대형 증권사가 10점라면 자산운용사는 1점 수준"이라는 비유가 나올 정도로 회비 분담률이 높은 증권사가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투협 회장 선거는 인물 중심의 경쟁 구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업계 대표 자리를 둘러싼 업권 간 힘겨루기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CEO들 간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업계 대표 자리를 놓고 업권 간 대립이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금투협 회장은 회원사 투표로 뽑히는 자리로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낙하산 인사가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금투협 관계자는 "아직 서유석 회장의 임기가 6개월이나 남은 만큼 지금 출마 구도를 단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고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도 서유석 회장이 불리하다는 관측 속에서도 대형사 지지로 당선된 만큼 실제 당락은 표 구조와 업권 연합에 따라 갈릴 수 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선거에서도 3파전 양상이 펼쳐졌고 서 회장이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한 바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장은 보은성·낙하산 인사 논란이 잦은 다른 유관기관과 달리 회원사 직접 투표로 선출되는 구조로 인해 정치적 입김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다만 정권 교체가 연임에 영향을 준 사례는 있습니다. 황영기 전 협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임 도전을 포기하며 "내가 살아온 과정이 현 정부 인사들과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과도 맞물려 있어 정책을 얼마나 잘 소통하고 이끌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협회장이 자본시장 규제 완화 및 혁신과 같은 의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대변할 수 있는지가 업계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또 책무구조도 시행을 앞두고 있어 협회장의 실무 조율 능력도 함께 평가받게 될 전망입니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한국거래소를 찾은 걸 보면 정부가 자본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이번 협회장 선거도 그런 흐름 속에서 정책당국과 어떻게 소통하느냐 업권 이익을 얼마나 잘 대변하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는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에 너무 깊게 개입하다 보니 협회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말도 많았다"며 "이번에는 새 회장이 업계 자율성과 혁신을 되찾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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