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혈압과 심장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사진=Getty Images)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혈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나트륨(소금)이 많은 음식, 과도한 설탕, 포화지방 및 트랜스지방 섭취는 혈압 상승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은 2019년 연구를 통해 나트륨 섭취를 하루 2g 미만으로 제한하면 고혈압 위험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중 보건 당국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국가적으로 소금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라고 선언합니다. 식단에 나트륨이 과다하게 포함되면 고혈압과 같은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뇌졸중 등이 직접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가공식품, 외식, 그리고 소금이 많이 들어간 국물 음식 등을 주의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대신 신선한 과일, 채소, 통곡물, 저지방 단백질 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은 혈압 조절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소금 민감성(salt sensitivity)을 깊이 이해하면 우리가 왜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구 대다수에게 소금은 혈압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개인의 몸이 소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조금은 복잡한 문제입니다. 주변에는 이따금 짠 음식을 많이 먹지만 자연적으로 혈압이 낮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금과 혈압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답변을 먼저 드린다면, 그런 사람은 소금 저항적(salt-resistant)인 사람입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당신의 혈압 관리>는 “고혈압 환자의 약 60%가 소금에 민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고혈압을 가진 사람의 약 33%는 소금 저항성으로, 고혈압이 다른 요인에 의해 유발된다. 일반 인구의 약 4~5%는 역소금 민감성(reverse salt sensitivity)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소금을 섭취할 때 혈압이 실제로 낮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라고 말합니다. 소금을 섭취하면 혈압이 낮아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극소수입니다. 우리가 매우 엄밀한 측정과 검사를 통해 역소금 민감성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면 15배나 적은 그룹에 속할 가능성을 상정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은 “나이가 들거나 체중이 증가함에 따라 소금 민감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정상적 혈압을 갖고 있던 사람도 나중에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하루 두 잔 이상의 과도한 음주, 특히 폭음은 혈압을 높이는 치명적 습관
알코올 섭취와 흡연은 고혈압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이는 대표적인 나쁜 습관입니다.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두 잔 이상의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혈압을 직접적으로 상승시키며, 혈압 조절을 크게 방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두 잔 이상’을 ‘과도한’이라고 표현할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애주가들은 ‘두 잔 정도가 술이냐?’라고 반문하겠지만, 의학적인 기준은 이렇게 엄격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당신의 혈압 관리>는 “장기간 과도한 음주(특히 폭음)는 혈압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폭음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8%에 도달할 정도로 음주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남성의 경우 2시간 이내에 5잔 이상, 여성의 경우 4잔 이상을 마시는 경우에 해당된다”라고 경고합니다. 우리의 음주문화에서 보면 거의 모든 술자리가 폭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주는 장기적으로 심부전, 뇌졸중, 부정맥 등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을 높입니다. 알코올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박수를 증가시켜 혈압 상승을 유도하며, 혈압약의 효과를 저해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CDC, “금연 첫날부터 심장 질환 위험 감소 시작”
흡연은 즉각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킵니다. 담배 연기 속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박수를 증가시켜 혈압을 일시적으로 올립니다. 장기적으로는 혈관 벽에 손상을 주어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이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2년 강조했듯이, 담배를 끊은 지 단 하루만 지나도 심장 질환 위험이 감소하기 시작하며, 금연은 고혈압 예방 및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입니다.
고혈압은 생활 습관과 깊은 연관이 있는 질병입니다. 저염식단과 금연, 절주는 고혈압을 예방하고 이미 고혈압 진단받은 환자의 높은 혈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생활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의사들은 이미 1900년대 초에 신부전증과 중증 고혈압 환자의 소금 섭취를 제한하면 혈압이 내려가고 신장 기능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60년대 심장병 위험 감소 교육을 위한 대규모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모두가 고혈압 예방을 위해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으며, 이는 소금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결과로 추정됩니다. 인식과 실천의 커다란 간극을 보여주는 씁쓸한 통계입니다. 그렇지만 생활 습관의 변화로 고혈압의 위협을 줄이는 것은 가장 실행에 옮기기 쉬운 건강 비결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혈압의 세 단계와 신호등의 색상을 연관시킨 일러스트레이션. 빨간색은 고혈압(고혈압)을 의미하며, 수축기 혈압이 130 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 mmHg 이상인 경우. 노란색 신호등은 '혈압 상승'을 의미하며, 수축기 혈압이 120-129 mmHg이고 이완기 혈압이 80 mmHg 미만. 녹색 신호등은 '정상 혈압'을 의미함: 수축기 혈압이 120 mmHg 미만이고 이완기 혈압이 80 mmHg 미만. (사진=미국 CDC)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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