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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22일 11:1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정기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철강업계도 임금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 요건으로 고정성을 들었으나 11년 만에 이를 요건에서 제외하며 통상임금 범위를 넓혔다. 이는 퇴직금, 근로수당, 연차수당 등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며 특히 중소형 철강업체에는 비용 부담으로 직결된다. 생산 자동화와 생산성 제고를 위한 스마트 팩토리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산업 침체로 투자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IB토마토>는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임금 상승 압박을 효과적으로 해소한 사례를 살펴보고, 향후 산업 전반으로의 확산과 지원 필요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기보스틸이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 후 철강산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눈길을 끈다. 특히 매출 하락에 맞춰 매출원가를 함께 낮춰 효과적으로 수익성을 방어했다. 효율적인 원가 관리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스마트 팩토리가 있다. 지난 몇 년간 철강업계는 수요 급감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다수 철강업체는 매출원가가 급증하는 등 수익성 하락을 기록했다. 스마트 팩토리가 매출 원가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사례가 나오며 향후 철강업계 내 스마트 팩토리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기보스틸)
재고 최적화 통한 수익성 개선
22일 업계에 따르면 기보스틸은 지난해 매출 6341억원,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와 비교했을 때 매출(7007억원)은 9.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107억원)은 57% 증가했다. 철강 수요 감소로 인해 철강업계 전반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한 사례다.
영업이익 증가 배경에는 매출원가 감소가 있다. 지난해 기보스틸 매출원가는 6046억원으로 매출원가율은 95.3% 기록했다. 직전연도 대비 매출원가율이 1.3%포인트 낮아졌다. 기보스틸 주력사업은 철강 가공 사업이다. 가공 사업은 경쟁업체도 많고, 가공 자체 부가가치도 낮으므로 매출원가율을 낮추기 어렵다. 매출원가 대부분은 철강 제조사로부터 매입한 원료 구매비가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기보스틸 매출원가 대다수는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 원료 구매 비용이 차지한다. 지난해 기보스틸의 상품 및 제품 구매액은 6026억원으로 직전연도(6754억원) 대비 10.8% 줄였다. 수요에 맞춰 원료 구매 비용도 함께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재고회전율도 업계 평균 이상을 유지했다. 기보스틸의 재고자산회전율은 5.6배 수준으로 업계 평균(5.5배)을 상회했다.
철강산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수익성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스마트 팩토리가 있다. 기보스틸은 지난 2021년 처음으로 MES(경영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MES는 생산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이다. 구축 후 3년이 지난 현재 기보스틸의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은 기본 단계를 넘어 고도화 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다. 이에 원가 관리도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
어려운 수요예측…스마트 팩토리 도움
업계에 따르면 철강 가공사는 소규모 다품종 수요가 많은 탓에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수요 예측을 잘못할 경우 재고를 매출로 연결하기 어렵고, 재고자산회전율이 급락할 위험성도 있다. 재고 자산이 급증하면 일시적으로 매출원가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영업활동현금흐름 악화 등 운전자본 부담이 불가피하다. 급격한 철강 수요 감소에 대응하지 못한 업체들의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기보스틸은 기존에 구축해 놓은 ERP(전사관리시스템)에 새로 MES를 구축해 생산 관에 관한 의사결정을 고도화했다. 이를 통해 수요 변화 예측에 맞춘 재고 관리, 생산 계획 변경 등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가령 과거 생산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 증가를 예상할 경우 미리 원재료 매입을 늘려 신속한 생산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 매출 전망에 맞춰 매출원가를 미리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자동화를 위한 하드웨어인 센서 구축 비용이 수천만~수억원에 달하지만,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투자비 회수는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매출 200억원 이상 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 비용은 2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기보스틸의 경우 재무제표상 당시 기계장치 취득 비용을 1억원으로 계상한 바 있다.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스마트 팩토리 구축 비용 대비 큰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 팩토리는 효율성이 높은 투자로 해석된다.
한편 정책적으로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 등에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디지털 제조혁신 전략에 따라 스마트 팩토리 기술 공급 기업 육성, 수준별 기업 디지털 전환 역량 지원 등을 통해 2027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 기업을 5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철강업계는 규모가 큰 기업부터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가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수익성 개선 사례 등이 늘어날수록 스마트 팩토리 구축 수요 증가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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