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VIX 오를 때만 콜옵션 매도…조건부 커버드콜 ETF 첫선
기존 커버드콜 한계 보완…시장 상황 따라 전략 자동 전환
급락 후 반등 구간 겨냥…지수 상승 수익은 그대로 추종
2025-08-07 15:00:38 2025-08-08 08:59:46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급락 후 반등 구간에서 수익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세계 최초의 '조건부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였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만 콜옵션 매도 전략을 자동으로 작동하는 구조로 상승장에서는 지수 수익을 온전히 추종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시장에서는 기존 커버드콜 ETF의 수익 제한 문제를 보완하면서 급변하는 장세에서 반등 구간의 수익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 전환 사례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은 7일 웹세미나를 열고 12일 'KODEX 미국S&P500 변동성 확대 시 커버드콜 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상품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기본으로 추종하다가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에만 콜옵션 매도를 통해 손실 방어 전략을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전략 전환의 조건은 대표적인 시장 변동성 지표인 VIX(Volatility Index)입니다. VIX 지수가 직전 20일 평균 대비 상승하고 VIX 선물시장에서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근월물이 원월물보다 높은 상황)이 발생하면 커버드콜 전략이 작동합니다. 두 조건이 충족되면 콜옵션을 100% 매도하며 해당 조건이 해제되면 지수를 100%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으로 복귀합니다. 
 
(사진=삼성자산운용)
 
정재욱 삼성자산운용 ETF운용3팀 팀장은 "S&P500 지수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 같은 급격한 변동성 구간에서는 큰 손실을 겪을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투자 지속이 가능하도록, 시장 스트레스가 감지될 때만 커버드콜 전략이 작동하는 구조를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전략의 작동 조건으로 활용된 VIX는 시장 심리를 반영하는 핵심 지표로 고도화된 옵션 전략과 결합했을 때 변동성 대응력이 높아진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존 커버드콜 전략은 상승장에서도 일관되게 옵션을 매도해 수익이 제한되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왔습니다. 이번 상품은 해당 전략을 필요할 때만 가동함으로써 이러한 단점을 최소화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상품은 수익성과 방어력 외에도 배당 전략을 강화했습니다. 월 단위로 분배금을 지급하며 3·6·9·12월에는 S&P500 대비 초과 수익이 발생할 경우 옵션 프리미엄 한도 내에서 추가 분배를 시행합니다. 연간 총보수는 0.39%이며 환헤지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변동성이 급등했던 2020년 팬데믹 시기, 전략의 기초 지수는 약 36%의 수익률을 기록해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16%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는 조건부 커버드콜 전략이 하락 방어와 반등 참여 모두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됩니다. 
 
안정진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 팀장은 "이번 ETF는 변동성이 커진 시점에만 옵션 매도를 실행하기 때문에 상승장에서는 기존 커버드콜 전략보다 수익 제한이 덜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일정 조건에서만 전략을 작동시키는 방식은 시장 하락 시 프리미엄 수취로 방어력을 높이고 상승장에서는 지수 수익을 온전히 따라가도록 해 운용 유연성을 확보한 구조"라며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다 실용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ETF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협력해 개발한 'CBOE S&P500 변동성 데일리 커버드콜 지수'를 추종합니다. 퇴직연금(DC/IRP) 계좌에서는 70%, 개인연금 계좌에서는 100%까지 편입이 가능합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번 상품은 단순한 커버드콜 전략이 아니라 급락 후 반등 구간에서의 수익률 회복 가능성을 고려해 조건부 구조로 설계된 점에 의미가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을 자동으로 켜고 끄는 구조를 통해 ETF 전략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고 밝혔습니다. 
 
ETF 업계는 이번 상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낼 경우 유사한 조건부 커버드콜 상품이 추가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익성과 구조 면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 ETF가 출시되면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이를 벤치마킹해 유사한 상품을 뒤따라 내놓는 사례가 잦기 때문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커버드콜 ETF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장기 투자자들에게 아쉬움이 컸다"며 "시장 반응이 긍정적일 경우 전략적 대응이 가능한 구조의 ETF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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